뉴스를 보든 뭘 보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으레 부정적인 사건, 혹은 그로 인해 생긴, 감정에 강한 반응을 보이는 거 같은데 그게 딱히 나라고 다른 것은 아니라서 언제 어디서 요상한 뉴스를 듣더라도 화내고 슬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에 자신이, 내가 관련된 사건에서는 감정들이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 잘 못 노는 사람들의 특징이 멍석 깔아주면 쭈뼛거리는 거라던데 딱 그 꼴이다. 원인을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역시

내가 착해서 그런거 같다.

사람이 이렇게 착하지 않다면,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화내야 할 때 정당하게 화내는 걸 포기할 리가 없다. 이게 다 사람이 선천적으로 착해서 생기는 일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싫어할 상황을 부르는 것 또한 이 성격이다. 지겹게 말해온 것이지만 나는 이른바 '나는 당신과 친해질 준비가 됐어요.' 스타일이(었)다. 붙임성 있으니까 말이 너무 많을지언정 사람 만나기 힘든 편은 아닌데, 이게, 이게 안좋은 게 많다. 상대방이 나를 너무 가벼이 보더라. 남이니까 살갑게 대하는 거지 나는 내 스스로의 도덕적 목표치가 있고, 그 스탯 찍을려고 여즉 안 죽고 있다. 물론 이거는 내가 정한 거니까 내가 아닌 남은 어떻게 살든 딱히 관심이 없어야 정상이다. 내가 사는대로 너도 이렇게 살라고 하는, 병신이 어딨나. 그런 사람 있으면 어디 관등성명 좀 대봐요. 

뭐 여하튼, 그렇게 나와 너의 기준이 다를진대, 내 기준을 오해하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이런 친구들이 스테레오타입은 다음과 같다. 부모님의 은덕을 자신의 여유인줄 알거나 군대 안다녀왔거나, 둘 다거나. 학기 중에 만나는 친구들마다 늘 '봐봐, 내 안의 꼰대가 이렇게 커졌어!'라고 개드립을 쳤는데, 사실 이건 좀 걱정이다. 

그래서 정말이지 전역하고 처음으로 현역 간지로 '미쳤냐?'를 내뱉기도 하고, 다 귀찮다며 척을 지고 아예 안보기도 한다. 정말 나는 이런 거 없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빠뜨리고 터지길래 스물세 살 싸이월더처럼 슬펐다. 하루키처럼 런닝한 체력으로 카프카처럼 섹스하기도 아까운 이 시간에 이따위 것에 정력을 써야 하다니! 내가 아무리 남는 게 시간뿐이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깝다. 

그래서 까먹었다, 싫은 것들을.

속 편하다. 내가 저지른 창피한 일을 만회하는 건 빠르게 잊어먹는 건데, 이게 내 잘못뿐만 아니라 안좋은 일 전부에 즉효더라. 멀쩡하게 잘 살게 된다. 여기에 '남자가 뭐 그렇게 사소한 거 가지고...' 한 번 써주면 주민등록 말소되듯 깨끗하게 사라진다. 다시 언급하면 남자도 아니고, 째째한 거고, A형인 거고, 소심한 거고, 블라블라. 사내색기 혼자서도 까페에 갈 수 있는 내 안의 여성성 덕분에 이런 이야기 나오면 내가 좀 힘들다. 그래서 걍 소녀감성으로 사는 게 나은 거 같기도 하고...
다 좋은데 감정보다는 사실이 안 없어지더라. SNS에 뺴곡하니 적어놓은 것도 아니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건 별 상관없는데 내가 암.  이-상하게 쪽팔린 거랑 빡친 거랑은 안 잊혀짐. 

그니까 계속 싫어해야 맞아 떨어지는 건데, 사람이 워낙 착하다 보니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욕을 하거나 싫은 내색을 하는 건 눈 앞의 상대방이나 남에게 그 감정을 던지는 것이기에 내게 남지는 않는다. 평소 대화중에도 쌍시옷 단어나 속어 많이 쓰는 편인데, 이건 또 대화 속에 흘러가는 편이라 쓰는 나나 듣는 친구들이나 별 감흥 없다. 들리지만 걔들에게 한 것은 않으니까. 덜 친하거나 좀 서먹한 사이면 여기서 호오가 갈리곤 한다. 나 또한 덜 친한 사람이 씨발과 존나를 연신 뱉어내면 마음 속 미간부터 찌뿌려진다. 

싫음을 유지하는 것은 이와는 좀 다르다. 악감정을 내가 계속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늘 그 개체를 싫어하고 있어야 하며 그 생각만 나면 늘 얼굴을 일그러뜨릴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고된 정신 노동이다. 외사랑은 설혹 어장에 들어가 있어도 좀 애틋하고 다소 희뿌얘도 따뜻한 게 있는데, 여긴 뭐 답이 없다. 지쳐서 못하겠다. 근데도 해야 하는 게 함정. 기억에선 잠깐 잊혀져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개새끼는 계속 개새끼고 샥련도 계속 샥련. 아아, 섬머 이 샥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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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훵ㅋㅋ 2011/12/31 00: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깨알같은 섬머 디스... 아 또 빡치네요;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2/01/02 01:54 Address Modify/Delete

      아, 인스타그램에 주이드샤넬 언니가 있는데도 팔로우 안하고 있어요. 괜히 싫어요!

  2. 베르커드 2012/01/01 02:05 Address Modify/Delete Reply

    21세기 수유리의 아큐정전이 요기잉네.

  3. jenny 2012/01/10 14: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섬머가 꼭 년이라는법은 없음-놈도 있던데?
    그래서 기억에서 잠시 잊혀져도 생각은 계속 나대?
    암튼 나잇값못하는게 문제야. 우린 이제 더이상 어리지않은데 어리다고 생각하나봐.
    나 지금 뭐라 그러냐?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특히 아름답다 칭찬하며 엄청난 호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담(높은 가격)에 대해서는 갑작스럽게 인색해지는 것이 사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곳에서 짜투리로 몇 개를 더 만드는 것이 그리 부담스러워보이진 않은데, 요상하게 비싼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소비자니까.

이 사이에는 묘한 줄다리기가 있는데, 저렴하면서 아름다운 상품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단 걸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심적, 경제적 외면을 내세워 이미 나온 상품의 아름다움을 깎아내리면서 가격 또한 깎고 싶어한다. 반면에,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비육체적 노동의 결과가 아름다움으로 집약되었고, 이는 이만큼의 가격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결국은 욕망의 대립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색깔만 바꾼 걸 왜 그렇게 비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이게 전체적인 제품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이다. 앞서 말했듯이 적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것은 그리 문외한이 보더라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소량 판매로 인한 희소성은 상당히 주관적이라 이를 가격으로 환산시키긴 녹록치 않다. 비싸도 사는 사람은 사는 케이스가 판매자 입장에선 가장 긍정적이지만, 이 또한 한계는 뚜렷하고 리스크도 그만큼 뚜렷해서 자주 써먹을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은 아니다. 

결국 여기서 망상의 날개를 펴고 억측이 가능한 것은 콜라보레이션 발매의 목적이 일반 제품의 판매를 높히기 위한 것이다.라는 정도? 크게 수긍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믿어보자. 

올 가을쯤에 나이키와 프래그먼트의 합작으로 요상한 하이킹 부츠가 발매되었다. 나오지도 않은 제품의 콜라보레이션 모델이 먼저 발표되는 것은 기이한 일인데, 그러니 제품 자체의 매력보다는 프래그먼트의 라벨을 달고 나온다는데 의미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다들 최근에 나이키 매장 정도는 가보았을테니 알겠지만, 현재 매장에 한창 진열되고 있는 모델이 8~9월경에 발표되었던 프래그먼트 콜라보레이션의 일반 모델들이다. 모든 이가 한정판을 살 순 없지만, 매장에 가면 그와 똑같은 모델들이 풀 사이즈로 판매중이다.
고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이른바 미끼 상품으로 쓰이는 셈이다. 미끼라고 그러니까 쌍시옷 들어가서 어감 안좋고 괜히 부정적일 수 있는데, 후지와라 히로시나 프래그먼트 모두 단독 미끼로 쓰일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양반들이 괜히 통기타랑 닥터드레 헤드폰에 요망하게 번개 마크 붙이는 게 아니다. 비싸지니까 붙인다는 건 돈 없는 하수의 불평이고, 그걸 뛰어넘는 효과가 있으니까 하는 짓이다. 몇몇의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하고선 의미없이 행해지는 마케팅은 없으니까.

나이키에서 다른 예를 찾아 봐도 sb 라인에서 브루인이 리트로될 때, 뜬금없이 슈프림과의 합작 모델이 발매되었다. 업계에서 인지도 가 있는 업체가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 모델을 발매하는데, 그게 최근 5년간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야. 하지만 이제 프래그먼트고 슈프림이면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에게 주입되는 셈이다. 브루인이 대략 90불 아래로 발매되니까 한정판이라고 가격을 올려도 180불을 넘기지 못한다. 이렇게 1000 켤레 발매해봤자 이득은 크지 않은데, 문제는 90불짜리 브루인이 지금 몇년째 판매되고 있다는 것임. 시장을 이끌어 나갈 영향력이 있는 몇몇 집단과 거대 제조업체가 손을 잡으면 이런 형국이 나올 수 있다아-고 거창하게 소설을 써보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게 미국이나 일본에 한정된 이야기다. 한국의 이쪽 시장은 너무 협소한데다 구매력마저 형편없잖아. 서브 컬쳐라고 하기엔 뭔가 특징지을만한 것이 좀 적다? 아, 스트릿웨어에 팬콧이랑 펠틱스 포함되는 거 아니었음? 

우리나라도 카시나에서 뭐 계속 나오니까 갑자기 애국심 발동해서 사고 싶어지는데 이게 가격이 은근히 나간다. 이게 또 오묘한 게 싸면 소비자는 좋은데, 판매자 입장에선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없는 게 함정. 카시나도 최근에 뉴발란스 신모델 콜라보레이션에 낀 거 보면 아트모스나 미타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텐데, 그런 거야 이 양반들 사정이고... 둘리 나온 건 재밌었는데, 이후로는 딱히 괜찮은 게 나올 수 있을려나?

사족을 더 붙이면, 역시 한국은 수출인가 싶기도 한데, 한국 사람들도 한국 옷 잘 안입는데 해외에서 먹힐리가 없음ㅋㅋㅋ 사실 수출하는 게 얇디 얇은 내수시장을 보완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몇몇 곳 빼곤 그렇게 크게 움직이진 못하는 거 같다. 브라운브레스는 이미 일본 진출했고, 어디 보자 또 뭐있나... BA같은 건 초기 컨셉을 유지했다면 꽤 환영받았을 법도 한데 늘 아쉽다. 내 BA 청자켓은 사이즈가 작아서 늘 아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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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rocketdive.tistory.com BlogIcon ROCKETDIVE 2011/12/12 14: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래도 가격은 우리 나라가 제일 저렴하더라.
    미국도 유행이 있지만 일단 애들 마인드가 자기가 꼴리는 것이 베스트,
    우리나라는 베스트인 것이 자기가 꼴리게 되는 것이고. 교복화되버리니 재미없어.


    펠틱스하니깐 갑자기 펠틱스한테 협박받은게 생각나는구먼.

    BA x FILA는 신선했는데.. 외국애들은 FILA자체를 심지어 혐오하더라구.

    아...맞다. 뉴욕은 여전히 루~~즈하게 입더라. 흑횽들 엉덩이는 수 만 번은 보긴했지.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3 19:51 Address Modify/Delete

      헤헤 저도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입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사람이 자꾸 보고 있으니까 뭐든 다 이뻐보이드라구요. 요샌 걍 유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2. Favicon of http://thepaulis.tistory.com BlogIcon THEPAULIS 2011/12/14 03: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존나 궁금한게 ㅋㅋ 이런거 쓰는데 얼마나 걸려? 읽는데도 오래 걸리는데 ㅋㅋㅋ
    어쨋던 콜라보는 그냥 리셀용아냐?ㅋㅋㅋ 머 구지 입고 신을 필요가 ㅋㅋㅋ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4 11:59 Address Modify/Delete

      한시간정도 걸린듯?

      그게 리셀용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만한 가치를 가진 물건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거기에 만족을 얻거나 과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요새는 은행금리가 하도 낮으니 리셀용으로 투자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봐~

  3. Favicon of http://at4w.tistory.com/ BlogIcon at4w 2011/12/20 15: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허세한번 부려봅니다. 저 칸예 막 신고 다닌다는 (...)
    은 훼이크고 신발이 업ㅂ어 흐엉흐엉

  4. Favicon of http://snea.kr BlogIcon BA받고픈영 2012/01/04 15: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이즈 작은 BA청자켓 삽니다 라기보단 줄서봅니다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2/01/05 01:21 Address Modify/Delete

      올 여름에 입어볼까 하고 팔을 잘라버렸어.
      민소매도 괜찮으시다면 드,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