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번씩 똑같은 시간대에 종각까지 지하철을 탄다.
출근길에 가만히 음악 듣고 있는 게 지겨워서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옆에 수녀님이 계셨다. 얼필 보기에도 50대는 넘겨보이셨는데, 어쨋든. 반면에 좌석에는 간미연st의 아가씨 한분이 앉아있었는데, 이렇게 상황설정을 해서 보면 상당히 도덕교과서답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어수선한 아침분위기덕분인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앉아있는 사람도 서 있는 사람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하철이 빨리 움직이기만 바라고 있는 그런 느낌.

별 신경 안쓰고 음악만 듣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멀쩡한 지하철이 덜컹거린다. 손잡이를 잡고 있어도 다리가 살짝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그런 강도였는데, 옆에 계신 수녀님이 중심을 잃고서 휘청~하니까 바로 앞에 앉아있는 간미연st의 아가씨가 그걸 보고는 황급히 자리를 양보. 물론 수녀님도 괜찮다고 하다가 못이기는 척 앉으셨는데 그 아가씨는 창피했는지 얼른 옆 좌석쪽으로 가서 서서 가더라.


또다른 장면 하나는 수녀님이 앉은 좌석의 맞은 편.
내 또래로 보이는 아가씨 하나가 선반위의 신문을 집으려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떨어뜨린 핸드폰은 아랑곳않고 신문을 꺼내고 다시 핸드폰을 주워서 다시 자리에 앉는다. 문제는 그 자리 앞에 서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그 걸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쳐다보는 내가 더 뻘쭘했다.


자리를 양보한 그 아가씨는 내심 신경이 쓰였을까?
사실 나도 귀찮아서, 앉으면 앞에서 액션취하는 어르신들때문에, 같이 앉아있는 동범자들이 있어서 지하철에서 한번 앉으면 잘 안 일어나는 편인데, '안 일어날래'라고 맘 먹은 이후로부터는 철면피가 되서 앞에서 뭘 하든 별 신경을 안쓴다. 여느 20대들이 그렇듯이 아이팟이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핑계와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그런지 황급히 일어나는 그 행동이 잠이 덜 깬 머리를 확 깨우기도 했고, 덕분에 그동안 내가 더 부끄러워졌다.

젊은 사람이 고개 숙여서 못보는 사이에 언짢은 표정으로 내려보는 어른들은 정말로 편찮으셔서 그런 걸수도 있겠다고 어느새 도덕교과서처럼 공감해버렸다. 좀 피곤해도 서서 가자.
Posted by CI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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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지하철 신문 쟁탈전

    Tracked from The Boy From Suyu 2011/02/15 17:37  Delete

    요새 지하철에서 가장 어이없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보다 10cm는 작아보이는데 너무도 늠름하게 어깨를 펴고, 보무도 당당하게 팔꿈치로 늑골을 받치며 신문을 보는 아저씨와 나보다 10살은 어려보이는데 여리디 여린 도가니를 쩍 벌려놓고 쳐자고 있는 중학생이었다. 물론 내 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선반 위의 신문을 리바운드하시는 어르신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국민학교때 폐지수집일에도 등교길 전봇대에 있는 벼룩시장은 꺼내가지 않았는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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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viSharp.NET BlogIcon 2007/03/20 13:1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야 그런데 간미연st는 뭐야? st?

  2. Favicon of http://cidd.egloos.com BlogIcon CIDD 2007/03/22 21: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간미연 스타일이요.
    지마켓 용어지요.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