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영업 공방전
흘려 듣는 이야기 2008/03/25 06:41 |
본의 아니게 또 다시 멀고 먼 통학길에 오르게 되서 요새는 하루에 꼬박 2시간씩을 지하철에서 보낸다. 보통 아침 7시나 9시. 늦잠자면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도 지하철속에서 골골거리고 있다. 요금이 계속 오르고, 지하철간 환승은 아예 안됨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학교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도보다. 세 가지 방법 모두 음악을 들으면서 갈 수 있는 반면에, 웬만해서는 버스안에서, 혹은 걸어다니면서 책을 읽고 싶진 않다. 천성이 맑고 순수하여 덜컹거리고 매연이 자욱한 도로 위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왠지 물구나무 서서 독서를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서 고생하고 싶진 않아지고, 걸어가면서 책을 읽는 것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덕분에 열차안에서 서 있건, 앉아 있건 내 공간이 형성된다. 내 방에서 사당역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한창 열심히 읽다가 다음 정거장이 표시되는 모니터를 보면 마치 눈 깜빡할 사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덕분에 학교 앞까지 가는 지하철이 없는 걸 안타까워해서 학교가 서현역에 있었더라면 등록금이 미친듯이 오르더라도 애교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속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해오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는 방해꾼이 등장했다.
횡단보도를 돌진하는 김여사님도, 헤비메탈을 최대음량으로 틀어놓고 이어폰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음악소년에게도 지지 않는 그 사람들은 바로, 지하철이 근무지인 행상들이다. 보통 알고 있는 지하철 판매물품은 박리다매식이거나, 상품성은 희박한 아이디어상품, 그리고 잡화점까지 찾아가서 사긴 귀찮은 것들과 더불어 최고의 베스트 셀링 아이템인 비오는 날 우산.뿐이었는데, 요새는 좀 더 과하다.
몇달전 홈쇼핑 인기품목이었던 더스트 고고로 부터 시작해서 벼라별 상품들이 서해안 밀물 들어오듯이 쏟아져 나온다. 요새 자주 보는 것은 미사리 베스트 음반과, 추억의 팝송. 둘다 CD는 5장, 10장씩 물량공세로 넣으면서 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팔고 있다. 추억의 팝송 음반에는 영어가사의 해석본까지 들어있단다.
이 양반들은 물품을 판매하려고 노래를 두세곡 틀어주곤 하는데, 그게 내겐 쥐약이다. 책을 읽고 있을 땐 으레 이어폰을 빼두곤 해서 시사잡지를 읽고 있어서 귀가 abba 노래를 듣고 있다. 아이팟을 켜놔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순식간의 MJ와 abba의 mash-up을 경험할 수 있다.
개강한지 얼마 안됐을 때, 또다시 그 미사리 음반을 파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능숙한 영업용 울림 목소리를 내는 그 아저씨는 이제는 다 알만한 레파토리로 상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박강성인지 박상철인지 하는 사람의 노래가 끝났을 때에 뒤쪽 연결통로에서 비슷한 손수레를 든 아저씨가 넘어왔다.
그 아저씨의 손수레엔 추억의 팝송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인지 동종업계 종사자가 같은 열차에서 만나는 장면은 당사자들에게는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을, 그리고 보는 이들에겐 피식 웃게 만드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미사리 아저씨는 자기가 먼저 왔기에 하던 설명을 계속하고 있었고, 경로석쪽에 서 있던 팝송 아저씨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미사리 아저씨가 별다른 실적없이 다음 칸으로 넘어갔고, 미사리 아저씨는 그 사이에 또 내가 있는 칸으로 넘어온 다른 행상 아저씨와 몇마디 대화를 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흔히 보기 힘든 광경은 관심과 신기함 정도는 끌어낼 수 있지만 그들이 따로 있을 떄는 언제나 그저그런 일상의 한 조각일 뿐이고, 가장자리에 두고 싶을 만큼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끔씩은 사람많아서 고생인 2호선이, 노점상의 신상품을 체크할 수 있는 4호선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해보곤 한다.
학교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은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도보다. 세 가지 방법 모두 음악을 들으면서 갈 수 있는 반면에, 웬만해서는 버스안에서, 혹은 걸어다니면서 책을 읽고 싶진 않다. 천성이 맑고 순수하여 덜컹거리고 매연이 자욱한 도로 위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왠지 물구나무 서서 독서를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서 고생하고 싶진 않아지고, 걸어가면서 책을 읽는 것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덕분에 열차안에서 서 있건, 앉아 있건 내 공간이 형성된다. 내 방에서 사당역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한창 열심히 읽다가 다음 정거장이 표시되는 모니터를 보면 마치 눈 깜빡할 사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덕분에 학교 앞까지 가는 지하철이 없는 걸 안타까워해서 학교가 서현역에 있었더라면 등록금이 미친듯이 오르더라도 애교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계속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해오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는 방해꾼이 등장했다.
횡단보도를 돌진하는 김여사님도, 헤비메탈을 최대음량으로 틀어놓고 이어폰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음악소년에게도 지지 않는 그 사람들은 바로, 지하철이 근무지인 행상들이다. 보통 알고 있는 지하철 판매물품은 박리다매식이거나, 상품성은 희박한 아이디어상품, 그리고 잡화점까지 찾아가서 사긴 귀찮은 것들과 더불어 최고의 베스트 셀링 아이템인 비오는 날 우산.뿐이었는데, 요새는 좀 더 과하다.
몇달전 홈쇼핑 인기품목이었던 더스트 고고로 부터 시작해서 벼라별 상품들이 서해안 밀물 들어오듯이 쏟아져 나온다. 요새 자주 보는 것은 미사리 베스트 음반과, 추억의 팝송. 둘다 CD는 5장, 10장씩 물량공세로 넣으면서 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팔고 있다. 추억의 팝송 음반에는 영어가사의 해석본까지 들어있단다.
이 양반들은 물품을 판매하려고 노래를 두세곡 틀어주곤 하는데, 그게 내겐 쥐약이다. 책을 읽고 있을 땐 으레 이어폰을 빼두곤 해서 시사잡지를 읽고 있어서 귀가 abba 노래를 듣고 있다. 아이팟을 켜놔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순식간의 MJ와 abba의 mash-up을 경험할 수 있다.
개강한지 얼마 안됐을 때, 또다시 그 미사리 음반을 파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능숙한 영업용 울림 목소리를 내는 그 아저씨는 이제는 다 알만한 레파토리로 상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박강성인지 박상철인지 하는 사람의 노래가 끝났을 때에 뒤쪽 연결통로에서 비슷한 손수레를 든 아저씨가 넘어왔다.
그 아저씨의 손수레엔 추억의 팝송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인지 동종업계 종사자가 같은 열차에서 만나는 장면은 당사자들에게는 흐름이 끊기는 아쉬움을, 그리고 보는 이들에겐 피식 웃게 만드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미사리 아저씨는 자기가 먼저 왔기에 하던 설명을 계속하고 있었고, 경로석쪽에 서 있던 팝송 아저씨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미사리 아저씨가 별다른 실적없이 다음 칸으로 넘어갔고, 미사리 아저씨는 그 사이에 또 내가 있는 칸으로 넘어온 다른 행상 아저씨와 몇마디 대화를 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다음 역에서 내렸다.
흔히 보기 힘든 광경은 관심과 신기함 정도는 끌어낼 수 있지만 그들이 따로 있을 떄는 언제나 그저그런 일상의 한 조각일 뿐이고, 가장자리에 두고 싶을 만큼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끔씩은 사람많아서 고생인 2호선이, 노점상의 신상품을 체크할 수 있는 4호선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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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지하철 좌석 심리전
Tracked from Solid Ground 2008/03/25 23:03 Delete하루에 두번씩 똑같은 시간대에 종각까지 지하철을 탄다. 출근길에 가만히 음악 듣고 있는 게 지겨워서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옆에 수녀님이 계셨다. 얼필 보기에도 50대는 넘겨보이셨는데, 어쨋든. 반면에 좌석에는 간미연st의 아가씨 한분이 앉아있었는데, 이렇게 상황설정을 해서 보면 상당히 도덕교과서답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어수선한 아침분위기덕분인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앉아있는 사람도 서 있는 사람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하철이 빨리 움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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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지하철 신문 쟁탈전
Tracked from The Boy From Suyu 2011/02/15 17:36 Delete요새 지하철에서 가장 어이없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보다 10cm는 작아보이는데 너무도 늠름하게 어깨를 펴고, 보무도 당당하게 팔꿈치로 늑골을 받치며 신문을 보는 아저씨와 나보다 10살은 어려보이는데 여리디 여린 도가니를 쩍 벌려놓고 쳐자고 있는 중학생이었다. 물론 내 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선반 위의 신문을 리바운드하시는 어르신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국민학교때 폐지수집일에도 등교길 전봇대에 있는 벼룩시장은 꺼내가지 않았는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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