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트를 쓰는 건 좀 불편하다. 특히나 매킨토시 계열은 음악이나 디자인을 해야지 쓰고 안그럼 스타벅스에서나 쓰는 걸로 선입견이 박혀버린 우리나라에서는 반반한 아스팔트 길을 놔두고 구태여 자갈밭을 걷는 형국이다. 성능 좋은 프로그램과 깔끔한 외견을 내보이기 위해서 파워포인트 대신 키노트를 쓰는 건 살을 내주고 뼈를 얻는 건지 뼈를 내주고 살을 얻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왕 노트북을 샀으니 자갈밭을 걷는 느낌 또한 얻고 싶었다는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유난스러움에 비해서 성능비는 떨어진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동양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고 하던데, 나도 예외는 아니라 매번 발표를 위해서 허옇고 큰 노트북을 갖고 가는 것이 조금은 부담되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보여주기'라기보다는 쓸데없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일단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유난스럽다.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키노트 파일을 pdf나 파워포인트로 변환해야 하는데, pdf로 변환시 애니메이션 따위의 동적인 요소를 포기해야 하고 ppt로 변환하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사실 키노트를 쓰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파워포인트와 비교해 부드럽게 돌아가는 진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pdf 변환도 해결책에서 빗겨나가있다. 그 다음 방법은 파워포인트를 배우는 것인데 일단 귀찮은데다가 '이제 와서?'란 느낌이 있다. 물론 어딘가에 소속이 되면 당연히 파워포인트를 쓰게 되겠지만, 내가 그 어딘가에 진짜로 들어갈지도 의문이거니와, 파워포인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쫘악 깔려있는 덕분에 그다지 달갑지 않은 방법이라 무시했다. 

그러던 와중에 ios용 iwork가 발매되었고, 유니버셜 앱이 된 덕분에 아이폰에서까지 쓸 수 있었다. 그동안 걱정하던 것들이 이론적으로는 해소가 된 것이다. 핸드폰에서 키노트가 돌아간다면(그저 viewer의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노트북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가 가능하다. 약간의 지출을 감행한다면 부담스럽지 않은 환경에서 발표를 할 수 있는데 그때가 4학년 1학기... 그 다음 학기의 모든 수업에서 발표를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가장 많이 발표를 하는 경우는 8~10번을 넘지 않는다. 그중 조발표가 꼭 한두 번은 있으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효율성이 낮다. 게다가 아무리 검색을 해보아도 아이패드가 아닌 아이폰으로 발표를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게 함정;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어댑터부터 사기도 애매한 상황...이지만 승리한 병신이 되기 위해서 지푸라기와도 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샀다.


더불어 ios용 키노트도 다운받았다. 내적 고민이 끝나니 외적 문제가 시작되었다. 엄밀히 말해서 os x용 키노트와 ios용 키노트는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가 없다. 공감할 사람이 적고 극단적인 비유가 되겠지만 윈도우용 ms office와 os x용 ms office와도 얼추 비슷한 상황이다. 두 프로그램간에 파일 호환이 안되기 때문에 욕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후자는 한글 입력도 잘 안된다. 키노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분명히 os x용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있는 테마를 써도 호환이 안된다. 애플고딕이 구리긴 하지만 아이폰의 폰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다지도 한글폰트가 부족할지는 몰랐다. 서울남산체나 나눔고딕 등의 무료 폰트를 되게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같아선 해킹해서 폰트라도 부여넣고 싶었는데, 그럼 키노트를 구매한 의미가 사라지니까 Aㅏ...

ios 5 베타 테스트 도중에 산돌 oem으로 새로운 한글 폰트가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거라도 적용됐다면 나름의 독창성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현실은 헬베티카 상태에서 한글 입력하고 볼드 먹이는 수준이다. 그것도 ios용으로 내려가면 볼드도 풀린다; 자간조정과 같은 꼼꼼한 설정은 마 불가능하다 그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ios용 키노트는 뷰어 성격보다는 ios 내에서 문서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os x용 키노트 파일을 ios용으로 불러들이면 변환을 한다. 변환이 100%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텍스트 상자의 크기가 달라진다던가 문단 설정이 초기화되기 때문에 후반작업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여기서 프로그램의 성격과 사용 목적에서 간극이 생기는 셈이다.

인문계열이라 3D 그래프따위를 아직 써보질 못했는데, 안된다는 소리도 어디서 들은 것 같고... 학부 발표에서 그래프까지 그리면서 발표할 일은 없을 거 같아서 확인은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리모콘을 쓰는 방법이 좀 애매한데, 기본적으로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패드로 하는 발표에서는 추가로 앱을 구매하면 아이폰을 리모콘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으로만 발표를 하는 경우에는 유니버셜 독과 애플 리모콘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가성비가 구릴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와꾸가 안나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단의 폭이 좁은 편이라 리모콘이 주는 자유가 그리 넓지 않다. 슬라이드를 넘길 때마다 클릭(혹은 터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나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 있지만, 보는 사람들(학생)이 다들 익숙한지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발표시 3G를 꺼놓거나 에어플레인 모드로 해놓는 것이 좋으나 발표시간이 그리 길진 않을테니 외부 연락이 잦은 사람이 아니라면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푸쉬가 오더라도 ios 5의 노티바 형식이라면 그리 큰 지장이 생기진 않는다. 

화면크기가 작으니까 노트북에 비해서 가독성은 많이 떨어지는데, 현재/다음 슬라이드와 발표시간 정도는 유용하게 볼 수 있다. 발표자 메모는 뭐 출력을 해가도 잘 안보는 편이기도 하고 핸드폰에 코 박고 쳐다보지 않는 이상 잘 안보인다. 아이패드라면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첫 발표를 해보았는데, 위험 요소들은 사전에 미리 걱정해둔-_- 덕분에 무리없이 끝낼 수 있었다. 노트북을 들고 교탁까지 가는 것보다 핸드폰을 가져가는 것이 좀 덜 유난스러운 게 개인적으론 가장 큰 장점이었다. 부끄럽구요...

케이블이 생각보다 좀 비싼 편이라 다른 활용방도가 있었으면 하는데, 아이패드를 쓰지 않고서는 쓰는데 제약이 많다. 그렇다고 아이패드를 사는 건 좀 무리가...




 

Posted by CI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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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잉여 2011/10/27 11:2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잉여 AKA AT4W

    스킨이 바뀌셨네요? 리플달아놓고 나중에 본문 다시봐야겠;;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7 11:26 Address Modify/Delete

      아니 제 블로그에서 선리플후감상을 보게 될줄이야...ㅋㅋㅋ

  2. BlogIcon Euntae5 2011/10/27 11:2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우 어댑터. 나도 구매할까 하다가 말았는데. ㅋㅋㅋㅋ
    나는 iPad 소유자. :)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7 11:50 Address Modify/Delete

      미러링할 일이 있다면 꽤 유용할지도 몰라.

      근데 가격이 좀 깡패...

  3. 8bit 2011/10/27 13: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렇다면 답은 하나 appleTV사서 에어미러링 고고씽 애플TV 크기도 마이 작더라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9 05:40 Address Modify/Delete

      애플티비는 용도를 전혀 모르겠어요;
      발표를 위해서(?) 아이패드를 사던가 파워포인트로 넘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4. 훵ㅋㅋ리닉 2011/10/27 19: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으아.. 다 읽었는데 뭔 말인진 잘 몰라도 하여간 읽어내려가면서 제가 괜히 스트레스받았습니다;;;;
    이런 걸 알고나니 파워포인트도 쓸만하군요!!!

    하지만 스벅애플 허세간지는 부럽다...

  5. 훵ㅋㅋ리닉 2011/10/27 19: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댑터 하나 산 걸로 이렇게 본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 참 재능입니다!
    분명 글투는 과묵한데 과묵하지가 않네ㅎㅎ 이건 뭐죠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9 05:44 Address Modify/Delete

      아 이름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깨알같은 칭찬들 늘 고맙습니다~
      저는 뭐 길을 잘못 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반대급부도 충분히 챙기려고 했으니 아쉬운 건 없습니다. 흐으-

      근데 요새는 훵클사마의 스벅아이패드가 더 멋지지 않나요!

  6. Favicon of http://www.buysitetraffic.com/affiliates BlogIcon affiliate program 2012/01/20 18: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