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잘 알겠지만 식도락, 맛집기행 등이 불가능한 처지인데다 삼시세끼를 면과 햄버거만 먹어도 배부르면 그만이다라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스러운 혀를 가지고 있는 덕에 음식은 가리는 게 없었다. 일말의 기준이 하나 있다면 같은 돈이면 고기를 먹겠다 정도? 일본에서도 별로 다를 게 없어서 급하면 편의점 도시락, 아니면 스키야, 요시노야로 거의 모든 끼니가 해결됐다. 600엔 정도면 '고를 수 있는' 선에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680엔 내고 빅맥세트를 먹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사실 걸어 다니느라 밥 먹을 짬도 나지 않았고...
도착한 날, 신주쿠에서 대접받은 술 안주. 타이 사람이 하는 음식점이었는데 어째 한국 음식과 다를 게 없었네. 조금 놀라웠던 건 나무 젓가락인데, 매 끼니동안 나무 젓가락으로만 먹다보니 젓가락을 뜯는 소리에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버렸다.
오차노미즈에 갔길래 우롱차를 뽑아마셨다. 일본도 덥기는 마찬가지라서 주변 자판기를 애용했다. 하지만 잔뜩 사먹고 나서야 편의점이
싸다는 걸 깨달았지만, 한두 차례 정신을 놓은 후라서 음료수 사마시는 것도 경제적이 되었다. 자판기에 여러 종류의 음료수가
있고, 그 중 상당수가 생경한 음료수들이라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페트병과 캔의 크기가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사진의 포카리 스웨트는 900ml인데,
기타노 다케시가 나온 광고에 의하면 하루동안 몸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이 900ml라나 어쩐다나. 포카리 스웨트는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기타노 다케시가 말하니 왠지 그럴듯하고, 하루에 2700ml정도 수분을 흘릴 거 같은 내겐 양이 적당했다.
아침으로 먹은 것이 규동, 게다가 치즈규동. 한국에선 돈부리를 줄 서서 먹는데 비해서 일본은 그냥 김밥천국 분위기였다. 하기사
오오쿠보 김밥집에서 한국 음식 보고 '이건 한국어로 뭐라고 하나요'라고 물어본 일본 사람도 있으니 문화 차이겠지만, 홍대,
명동에서 열심히 줄서서 먹고, 시간 지나면 안판다고 닫는 음식이 여기선 24시간을 하니 좀 애매하긴 했다. 특별히 맛이 있는 건
아니었고, '오오모리'(대짜 정도 되려나)로 달라고 하면 먹고나서 더 걸어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지점도 많아서 배고프다 싶을
즈음에 보인다.
대망의 해외판 닥터 페퍼. 하지만 한국에서 닥터 페퍼를 사먹은지도 꽤 오래 전이고 둘다 맛이 밍밍하긴 마찬가지라서 그냥 마셔봤다는데 의의를 뒀다. 운동량이 많을 때 탄산을 마시면 역시 별 쓸모 없었다.
신주쿠를 돌아다니다가 내가 아무리 평소에 면과 친한 생활을 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일본 와서 라멘은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자기
설득에 넘어가서 일부러 구석진 곳에서 40년 동안 하고 있다는 집으로 들어갔다. 일어가 짧아 어떤 메뉴인진 모르고, 그냥 가게
이름이랑 같은 메뉴를 시켰는데 한국에서 파는 돈코츠 라멘보다는 좀 담백했다.
둘째 날은 힘이 남아돌 때라서 대략 10시간 정도 걸었다. 그 지랄을 한 이틀 정도 하니까 발목부터 천천히 피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판기에서 레드불을 팔고 있던 걸 지나쳐보고 고 다음날 오전엔 편의점부터 들려서 일단 마시고 시작했다. 처음
레드불을 마셨을 때처럼 손이 떨리진 않았는데 빈속에 마셔서 그런지 뒷맛이 너무 오래 남아있드라. 한 이틀 마셨지만, 딱히 덜
피곤하다던가 하진 않았다.
진짜 와사비. 늘상 와사비라는 건 간장 종지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만봐서 딱딱한 와사비를 처음 봤다. 일식 돈까스집을 가면 왜 귀찮게 깨를 빻아 먹으라고 시키는지 이해가 안갔는데 이건 좀 할만했다.
소바 사이코 ! ! !
한국에서도 메밀소바는 잘 안먹는데, (비싼 돈 주고 뭐하러 면을 먹냐는 서울촌놈주의) 완전히 감동했다. 면발의 찰기하며 시원한 육수에, 일본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꼽으라면 맥주와 더불어 소바를 고르겠다.
일본까지 왔는데 해산물 안먹으면 병신될거 같았지만 회를 먹을 금전적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는 숙소를 마련해준 형을 졸라서 회덮밥을
먹으러 갔다. 한국에서의 회덮밥은 초고추장비빔밥이라면 여기 회덮밥은 초밥에 가까웠다. 근데 생선이 엄청 커서 초밥이라고 투정부릴
새가 없었다. 게다가 일본음식은 양이 적다는 편견 속에서 20여년을 살아왔는데 '오오모리' 하나면 이 모든 게 해결될줄 누가
알았겠느뇨... 평균 식대가 700엔 남짓 됐던 것 같은데 이게 100엔에 1300원을 대입하면 존나 비싼데, 거기선
100원짜리 7개 내는 기분이라 엄청 싸게, 많이 먹는 기분이었다. 이미 난 신주쿠에 3천엔짜리 리무진 버스 타고 올 때부터
금전감각이 마비됐었어...
그리고 일단 일본은 맥주가 너무 맛있다. 한국에 있는 건 그냥 탄산 보리차정도로 치부해도 될 정도로 생맥주건 캔맥주건
비교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점심때 반주, 혹은 실내 흡연에 자유로운 게 신기했다. 덕분에 술 안마신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아침을 점심때 먹었으니까 생맥주 한 잔 같이 시켜서 마시고, 저녁엔 또 일본 친구들 만나니까 술 마시고, 새벽엔 숙소에 있던
사람들이 있으니까 또 캔맥주 사다가 마시고, 한국에선 술 자주 안마시니까 한 달 동안 마실 맥주를 여기서 닷새 안에 다 마신
기분이다.
아차, 한국과는 달리 노상에서 술 마시는 걸 굉장히 안좋게 본다고 한다. 날도 후덥지근해서 공원같은 데서 맥주 마시면 좋았겠지만 슬프게도 경찰과 여행일정을 상담해야 할까봐 차마 시도하진 못했다.
진심으로 맛 없다.
뭔지 모르고 받은 선물. 나마초쿄, 그러니까 생 초콜렛이라는데 연하고 달고 부드럽다. 소중한 행군식량이 되었습니다.
식사류를 제공하는 까페는 한국에서도 보긴 했지만, 반찬이 특이했다. (꽤 많은 일본 음식을 먹었지만 일본 친구들의 한국어가
요리설명할만큼 능숙치 않아 뭐가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내 일본어는 말할 것도 없고.) 식사 + 음료 구성이 900엔이면
비슷한 컨셉의 한국 까페보단 저렴하네.
신주쿠에서 하도 배고플 때 시킨 거라 카메라 버튼 누르고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카레는 뭐 그냥 그랬고 소바를 다시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한 때였다.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혼자서 밥 먹을 일이 많은 편이라 일본에서 bar 형태로 음식점을 만드는 건 꽤
맘에 들었는데, 단 하나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은 사진의 음식점은 서서 먹을 수 있는 곳과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나뉘어져
있었다. 혹여나 싼 거 먹으면 서서 먹어야 하나 점원에게 물어봤지만 점원은 씨익 웃으면서 내가 free 라고 답해주었다. 스탠딩
스시 바는 좀 싸니까 그렇게 먹는다 쳐도 왜 밥까지 (일부러) 서서 먹어야 하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구나.
마지막 날은 아는 형이 일하는 가게에서 소주를 마셨는데, 참이슬이 500엔, 족발과 순대를 섞은 것이 2천엔에 팔고 있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었다. 흑미김밥이 꽤 땡겼지만 900엔이나 주고 김밥을 시켜먹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마음 속에 꼬깃꼬깃 접어두었다.
자랑처럼 늘 떠벌리고 다니는 이야기로, 5월에 여권 만들어서 6월에 여행 갔다 온 나로서는, 일본은 물가가 한국의
10배, 혹은 3배라는 이야길 거의 철석같이 믿어왔는데, 대략 1.3 배정도? 환율과 큰 차이가 나진 않았다. 일본의 최저시급을
따져보면, 실제 체감물가는 더 떨어질테니 '프리타'라는 계층이 왜 한국에선 없고 일본에만 있는지 수긍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잘 먹고 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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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웅 수많은 자전거들이네요!!
숙소 나와서부터 자전거가 많이 있으니 자연스레 찍게 되더라구요. 인프라가 부러웠어요.
왠지 여자가 주인일거 같은 싱글기어를 보니 내 자전거는 참 주인이 남자같이 생겼네
횽은 횽이니까...
너님 왜 내 이름을 파나효 으엌ㅋㅋㅋㅋ 링크라도 제대로 걸어주등가 ㅠㅠ
링크 다시 제대로 걸었어요!
근데 형이 그렇게 말한 거 맞잖아요;;;
TSR이 5만엔이면... 당장 도쿄로 가야 하겠네요.
얼핏 보면...
레버는 울테그라 정도 되는 것 같고 브룩스 안장에 컨티넨탈 타이어 달린 것 같은데...
유즈드여도 좋습니다. 5만엔이라면...
...
50만엔이면 똥망.
죄송합니다.
50만엔이었습니다.
근데 요새 듣는 이야기론 몰튼 한국총판이 영업을 워낙 잘한다고 해서 차라리 일본에서 속 편하게 (비싼 값주고)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미스동에 올라왔던 중고제품 배송건 이군요. 분명 비상식적인 업체의 대응입니다.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중고차 값인 자전거를 파는데 그러는 건 정말 미친 것 같아요.
전 그냥 중고 사려구요. 돈도 없고... 예전에 17인치로 나왔던 모델이 있던데
그걸 노리고 있습니다.
스트라이다를 타고 다녀서 다음 미니벨로는 가능한한 20인치 선에서 해결해보려고 해서 몰튼도 일부러 18인치 이하 모델은 제외해두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스트라이다 개조 5개년 계획이 세워져 있는터라 실제로 새 자전거를 살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몰튼을 살 수 있으시다니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