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포항에 다녀왔다. 포항에 있는 친구로부터 놀러오란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중간에 들릴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어서 나름 여행에 가까워질 수 있었으나, 아직 하안거가 끝나지 않았고 안동에서 먹는 찜닭이나 그 인근 지역에서 먹는 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길래 결국 경유지를 모두 없애고 포항으로만 가게 되었다.
작년에 부산에 갈 적만 하더라도, 순전히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궁화호를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주저없이 ktx로 정하곤 창구 직원에게 어서 표 달라며, 안
주면 현기증날 거 같다며, 더 빨리 출발하는 것은 없냐며, 떼 쓰는 단계에 이르렀다. 삶의 질이 바뀐 건지 그저 조급함만 늘어난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자마자 눈에 띄는 게 있기에 난 오사카에 온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생경함만큼 새로운 걸 많이 알았다. 사회과부도에서나 볼 법한 호미곶이나 형산강같은 지명을 볼 수 있었고, 이건 좀 놀라운 사실이었는데 포항시는 바다를 접하고 있었다! 관광지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정말이다.
터미널 앞에서 만난 공격적인 크리스챤 아저씨를 뒤로 하고 버스를 탔는데, 잘못 탔다. 하마트면 오자마자 포스텍에 갈 뻔 했다. 여기 버스는 티머니를 쓰고 있었는데 내가 쓰는 교통카드는 경기도 것이라서 이틀 내내 현금을 내고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인구수에 비례한 것이겠지만 포항의 버스 노선은 10개 남짓되었으며, 횡단보도 사이의 거리도 서울보다는 좀 길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두 횡단보도의 가장 중앙에 버스 정류장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어느 한 쪽에 가까우면 둘이 싸울까봐 그랬나. 여하튼 좀 신기한 형태였다. 번화가의 거리 구성은 부산에 다시 온 듯한 데자뷰를 느껴서 영남권은 다 비슷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두웠지만 바다가 보고 싶다고 졸라서 갔던 북부 해수욕장은 포스코 바로 옆에 있었다. 공장에서 무슨 물이 흘러나올지 몰라 지역 주민들은 가지 않는다고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시내에서 가장 가까웠다. 관광지도를 보고 호미곶에 가고 싶었지만 차가 없으면 가기가 너무 불편하대서 빛의 속도로 포기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여름에 바다를 본 것이 정말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물이 많은데 어두워서 소리만 들리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다행히 포항 앞바다는 조용했고 인근에 위락시설이 많아서(?) 밝았다. 심지어는 포스코 건물까지 네온싸인으로 뒤덮혀 있어서 모텔인줄 알았다.

끼니를 앞에 두고 기도하는 저 자제력이라니... 난 이미 스프를 마시고 있었는데;
꿈같은 여행에서
roxie가 architect를 맡아주었다. 나는 생각 없이 다니느라 무의식과 같은 상태였지만 순순히 따라다닌 덕분에 재밌었다. 알게된 지 얼마 안된터라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에 좀 쭈뼛쭈뼛했는데,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들은 이후론 다 파악당한 것 같아 내가 좀 부끄럽고, 민망하고... 여하튼 좀 그렇다. 최근 사람 만나는 게 좀 볼썽사나웠는데 다행히 여기선 나쁘지 않았다.
포항 ABC 마트 앞에 있던 자전거. 압구정에나 있을 법한 모델이 포항에 있어서 뜻밖이었다. 포항은 이상하게 언덕을 찾기 힘든 곳이라서 자전거 타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게다가 시내를 횡단하는 것도 크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택시를 제법 많이 탄 편인데 동선이 짧아 요금이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더라. 자전거를 갖고 오지 못한 것을 또다시 후회했다.
뭔가 지역화가 잘된 케이스. 그다지 이쁘진 않았지만, 적절한 갤러리에 적절한 작품이었다..
피사의 사탑, 포항의 전화부스.

아주머니 몇 분이 앉아서 전투적으로 회를 뜨고 있었다. 이건 만든다.에 가까웠다.
중간에 자유시간을 생기는 바람에 포항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죽도시장을 둘러봤다. 한 쪽에선 원단을 주욱 깔아놓고 팔고 있었고, 메인 스테이지일법한 어시장에서는 (내륙에 사는 내게) 진귀한 광경이 그야말로 널려 있었다. 근데 왜 나 계속 바다 근처만 가는데 해산물은 하나도 안먹었지...
근데 비가 왔다. 나갈 수가 없다. 시장에 있던 사람들은 지나가는 비일 뿐이라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내 금쪽같은 휴가를 비에 흘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우산을 펼쳐서 당당하게 걷긔... 이지랄하다가 결국은 양말을 벗고 빗물이 담긴 물컹한 신발을 신고 시장을 겨우 빠져나왔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오면서 겨우 비를 피했다 싶었는데 직격타를 맞은 셈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교회; 아, 모든 짐진 자들이여 여기서 너의 백을 내려 놓을지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경계심을 갖지 않고 인사해준 형제자매님들 감사합니다. 2학점짜리 초급영어회화를 가르치시던 교수님보다 더 맑은 톤의 설교자 어르신 감사합니다. 아이폰으로 영어 성경 보여주던 roxie 감사합니다. 집에서는 정작 수박 안 사먹는데 여행만 오면 먹게 되는 수박 한 입 감사합니다.
제철이 아니라서 과메기는 먹지도, 싸가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바다에 또 갔다. 수평선을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가본 것, 한 번도 마음을 찡그리지 않았던 것 모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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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블로거 CIDD님의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블로그 제목도 여행을 염두에 둔건 아닌지...
이름이 '구독자'나 '지나가다'였으면 좋았을텐데 닉넴드립은 좀 아쉽네요.
불합격드리겠습니다.
뭔가 즐거워보이는 여행기. 요즘 여기저기 잘 다니나봐. 나도 어디들 1박2일로 놀러가고싶다 - 3-
연락 자주 안하는데도 늘 와줘서 고마워!
누나는 전라도쪽이 어떨까? 그쪽 음식도 먹을만 할거야~
롹시를 만나고 오면 감사합니다를 쓰게됩니다 감사합니다.
she is Roxie 'thnxu' Hwang.
감사합니다.를 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런 자전거가 있는 이유는 포공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생각 ㅎ.
난 올해도 바다 못갔다 망했네
헐 여름인데 바다를 안갔단 말이야?
왜 일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