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412건

  1. 2012/01/30 헤링 나이트브릿지 (1)
  2. 2011/12/30 꾸준히 싫어하는 것도 능력이다. (6)
  3. 2011/12/11 협업 상품의 상업적인 효과에 대한 억측 (8)
  4. 2011/12/10 미국으로 돌아간 BBC (12)
  5. 2011/11/18 포스트잇 전쟁 (10)


몇 년 전인가 명동에서 아는 형을 만난 적이 있었다. 비가 왔었던가 맑은 날씨는 아니었는데 그는 구두가 홍창이라 양말이 다 젖었다고 했었다. 이야길 듣고는 있었지만 홍창이 무엇인지 구두를 신었는데 왜 양말이 젖는지 나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지금도 밑창이 가죽이라는 것이 한 번에 확 와닿진 않지만 과감하게 홍창으로 된 구두를 사보았다.

면접용 구두가 필요했다. 늘상 신는 것은 스물한 살인가 아버지의 은혜 아래 샀던 것이라 이미 많이 낡았다. 양복을 입는 일이 생길 때마다 구두를 수선해야겠다고 다짐하고선 새까맣게 잊어버리곤 해서 지금도 밑창은 60도로 날카롭게 마모되었고 발등이 접히는 부분의 실밥이 너덜너덜하게 떨어져있다. 낡은 구두를 신고 면접에 가는 것에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해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울 시장의 구두처럼 좋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이천에 도끼를 빠뜨리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윙팁보다는 스트레이트팁이 면접 복장에 더 적합하다는 글을 어디서 보고 면접용 구두로 스트레이트팁을 많이들 산다는 걸 확인하고선 왜 그런지 생각하기보단 묵묵히 따르는 쪽을 택했다. 철도 회사 면접을 본다고 상박을 갈비뼈에 붙이고 칙칙폭폭을 할 건 아니지만 자소서 쓰고 맞춤법 검사하다가 '함의하다'가 면접관이 보기에 너무 어려울 수 있다며 검사기에 걸린 거 보고는 내가 좀 바르게 크려고 노력중이다. 

아버지의 추천도 금강이었고, 멋 부리고 싶은 대부분의 취준생이 헤리티지 리갈을 산다고 해서 이 또한 묵묵히 따르려 했지만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최근 금강 구두의 품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글을 읽어버렸고 상품권을 결제하려던 손을 거두었다. 한편으론 호킨스를 추천을 받고서 이거 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세일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도 ABC 마트에 갔었다. 하지만 직원이 이보다 더 불친절할 수 없었고, 점내에 틀어놓은 노래가 참을성마저 앗아갔다. 온 힘을 스트레스 관리에 쏟는 요즘이라 서둘러 빠져나왔다. 

합리적이고 만족하는 소비를 위해선 충분히 알아보고 발품을 파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쯤되면 누가 되도 녹초가 되기 마련이라 나도 반쯤은 별 생각이 없이 널브러져 버렸다. 헤링은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인지도 면에서도 아버지와 나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에 B안 정도로 빼두었었다. 눈썰미가 좋은 편은 아니라 금강 구두의 품질이 좋지 아니한지 그리고 영국제 구두는 더 좋은지를 분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는) 브랜드를 선호하는데 헤링은 익히 들어온 브랜드가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헤링 슈즈는 큰 쇼핑몰 정도로 알고 있었으니 구두는 OEM 제품이 아닐까 염려되었다. 로크에서 만든다는 리플도 보았으나 이걸 믿으면 너무 정신승리같았다.

이번 달 면접을 며칠 안 남기고 신당역에 있는 쇼룸에 가보았다. 사전에 지나친 검색을 한 탓에 클래식 복식이라는 말 자체가 신물이 올라올 정도였는데 여하튼 그 곳은 거의 그런 곳이었다. 딱딱 맞게 차려인 사람들만 있었다. 어르신 한 분도 있었는데, 얼마 전에 보니 어디 스트릿스냅에 찍혔드라. 나 홀로 재회한 것에 괜히 신기했다. 여하튼 처음으로 발의 길이와 너비를 재보고 저놈의 스트레이트팁을 신어보았다. 미처 생각 못하고 두터운 양말을 신고 가서 정확한 사이즈를 재는 게 힘들었는데 사장님이 그냥 드리겠다고 신사용 양말을 주셨다. 이런 성격이면 돈 벌기 힘들겠다 생각하긴 했는데, 롱 삭스라고 하면 좀 변태같고, 그의 성격보다 길다란 양말이 더 신기했다. 발볼이 넓은 탓에 운동화 안이 많이 남았고 그 때문에 두터운 양말이 착화감을 높힌다고 믿어서 양말 두께는 신경써봤지만 무릎 아래까지 오는 양말의 길이는 정말 생경했다.

가장 뜻밖이었던 것은 그곳 사장님이 나를 대하는 태도였다.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좋은 품질의 구두보다는 내 발에 딱 맞는 사이즈의 구두였는데 이 사람은 이걸 알려주면서 가장 친절했다. 객단가가 높은 분야라서 가능한 것인지 몰라도, 어디를 가도 불친절과 무지를 용인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속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와서 더 크고 좋은 서비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립서비스 일단 깔고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고 추천해주는 것이 그와 그의 회사를 더 좋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값을 치를 때, 다른 손님이 오는 바람에 곤란해졌는지 다음에 꼭 와서 구두 손질법을 들어달라고 하였다.

저녁에 구두 밑창을 확인하신 아버지께서는 네가 신을만한 구두가 아니라고 가격이 비쌈을 에둘러 말씀하셨었다. 나 역시도 '이왕이면 병'때문에 과소비를 하는 게 아닐까 계속 걱정해왔지만 이 정도면 속지 않고 잘 산 것이라 믿기로 했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서비스 따위가 저번 달과 이번 달의 테마였다시피 했기에 쉽게 얻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과소비를 합리화하련다. 
Posted by CIDD

Trackback Address :: http://solidground.kr/trackback/579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nea.kr BlogIcon BA받고픈영 2012/02/03 10: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구두입니다.
    AS는 잘되나? 헤리갈은 산지 3년된 구두도 1회 무료 창갈이를 해주어 아주 좋았습니다.
    가죽으로 해서 5000원 더 냈지만 어쨌든

뉴스를 보든 뭘 보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으레 부정적인 사건, 혹은 그로 인해 생긴, 감정에 강한 반응을 보이는 거 같은데 그게 딱히 나라고 다른 것은 아니라서 언제 어디서 요상한 뉴스를 듣더라도 화내고 슬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에 자신이, 내가 관련된 사건에서는 감정들이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 잘 못 노는 사람들의 특징이 멍석 깔아주면 쭈뼛거리는 거라던데 딱 그 꼴이다. 원인을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역시

내가 착해서 그런거 같다.

사람이 이렇게 착하지 않다면,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화내야 할 때 정당하게 화내는 걸 포기할 리가 없다. 이게 다 사람이 선천적으로 착해서 생기는 일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싫어할 상황을 부르는 것 또한 이 성격이다. 지겹게 말해온 것이지만 나는 이른바 '나는 당신과 친해질 준비가 됐어요.' 스타일이(었)다. 붙임성 있으니까 말이 너무 많을지언정 사람 만나기 힘든 편은 아닌데, 이게, 이게 안좋은 게 많다. 상대방이 나를 너무 가벼이 보더라. 남이니까 살갑게 대하는 거지 나는 내 스스로의 도덕적 목표치가 있고, 그 스탯 찍을려고 여즉 안 죽고 있다. 물론 이거는 내가 정한 거니까 내가 아닌 남은 어떻게 살든 딱히 관심이 없어야 정상이다. 내가 사는대로 너도 이렇게 살라고 하는, 병신이 어딨나. 그런 사람 있으면 어디 관등성명 좀 대봐요. 

뭐 여하튼, 그렇게 나와 너의 기준이 다를진대, 내 기준을 오해하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이런 친구들이 스테레오타입은 다음과 같다. 부모님의 은덕을 자신의 여유인줄 알거나 군대 안다녀왔거나, 둘 다거나. 학기 중에 만나는 친구들마다 늘 '봐봐, 내 안의 꼰대가 이렇게 커졌어!'라고 개드립을 쳤는데, 사실 이건 좀 걱정이다. 

그래서 정말이지 전역하고 처음으로 현역 간지로 '미쳤냐?'를 내뱉기도 하고, 다 귀찮다며 척을 지고 아예 안보기도 한다. 정말 나는 이런 거 없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빠뜨리고 터지길래 스물세 살 싸이월더처럼 슬펐다. 하루키처럼 런닝한 체력으로 카프카처럼 섹스하기도 아까운 이 시간에 이따위 것에 정력을 써야 하다니! 내가 아무리 남는 게 시간뿐이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깝다. 

그래서 까먹었다, 싫은 것들을.

속 편하다. 내가 저지른 창피한 일을 만회하는 건 빠르게 잊어먹는 건데, 이게 내 잘못뿐만 아니라 안좋은 일 전부에 즉효더라. 멀쩡하게 잘 살게 된다. 여기에 '남자가 뭐 그렇게 사소한 거 가지고...' 한 번 써주면 주민등록 말소되듯 깨끗하게 사라진다. 다시 언급하면 남자도 아니고, 째째한 거고, A형인 거고, 소심한 거고, 블라블라. 사내색기 혼자서도 까페에 갈 수 있는 내 안의 여성성 덕분에 이런 이야기 나오면 내가 좀 힘들다. 그래서 걍 소녀감성으로 사는 게 나은 거 같기도 하고...
다 좋은데 감정보다는 사실이 안 없어지더라. SNS에 뺴곡하니 적어놓은 것도 아니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건 별 상관없는데 내가 암.  이-상하게 쪽팔린 거랑 빡친 거랑은 안 잊혀짐. 

그니까 계속 싫어해야 맞아 떨어지는 건데, 사람이 워낙 착하다 보니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욕을 하거나 싫은 내색을 하는 건 눈 앞의 상대방이나 남에게 그 감정을 던지는 것이기에 내게 남지는 않는다. 평소 대화중에도 쌍시옷 단어나 속어 많이 쓰는 편인데, 이건 또 대화 속에 흘러가는 편이라 쓰는 나나 듣는 친구들이나 별 감흥 없다. 들리지만 걔들에게 한 것은 않으니까. 덜 친하거나 좀 서먹한 사이면 여기서 호오가 갈리곤 한다. 나 또한 덜 친한 사람이 씨발과 존나를 연신 뱉어내면 마음 속 미간부터 찌뿌려진다. 

싫음을 유지하는 것은 이와는 좀 다르다. 악감정을 내가 계속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늘 그 개체를 싫어하고 있어야 하며 그 생각만 나면 늘 얼굴을 일그러뜨릴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고된 정신 노동이다. 외사랑은 설혹 어장에 들어가 있어도 좀 애틋하고 다소 희뿌얘도 따뜻한 게 있는데, 여긴 뭐 답이 없다. 지쳐서 못하겠다. 근데도 해야 하는 게 함정. 기억에선 잠깐 잊혀져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개새끼는 계속 개새끼고 샥련도 계속 샥련. 아아, 섬머 이 샥련.
Posted by CIDD

Trackback Address :: http://solidground.kr/trackback/576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훵ㅋㅋ 2011/12/31 00: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깨알같은 섬머 디스... 아 또 빡치네요;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2/01/02 01:54 Address Modify/Delete

      아, 인스타그램에 주이드샤넬 언니가 있는데도 팔로우 안하고 있어요. 괜히 싫어요!

  2. 베르커드 2012/01/01 02:05 Address Modify/Delete Reply

    21세기 수유리의 아큐정전이 요기잉네.

  3. jenny 2012/01/10 14: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섬머가 꼭 년이라는법은 없음-놈도 있던데?
    그래서 기억에서 잠시 잊혀져도 생각은 계속 나대?
    암튼 나잇값못하는게 문제야. 우린 이제 더이상 어리지않은데 어리다고 생각하나봐.
    나 지금 뭐라 그러냐?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특히 아름답다 칭찬하며 엄청난 호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담(높은 가격)에 대해서는 갑작스럽게 인색해지는 것이 사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곳에서 짜투리로 몇 개를 더 만드는 것이 그리 부담스러워보이진 않은데, 요상하게 비싼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소비자니까.

이 사이에는 묘한 줄다리기가 있는데, 저렴하면서 아름다운 상품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단 걸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심적, 경제적 외면을 내세워 이미 나온 상품의 아름다움을 깎아내리면서 가격 또한 깎고 싶어한다. 반면에,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비육체적 노동의 결과가 아름다움으로 집약되었고, 이는 이만큼의 가격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결국은 욕망의 대립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색깔만 바꾼 걸 왜 그렇게 비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이게 전체적인 제품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이다. 앞서 말했듯이 적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것은 그리 문외한이 보더라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소량 판매로 인한 희소성은 상당히 주관적이라 이를 가격으로 환산시키긴 녹록치 않다. 비싸도 사는 사람은 사는 케이스가 판매자 입장에선 가장 긍정적이지만, 이 또한 한계는 뚜렷하고 리스크도 그만큼 뚜렷해서 자주 써먹을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은 아니다. 

결국 여기서 망상의 날개를 펴고 억측이 가능한 것은 콜라보레이션 발매의 목적이 일반 제품의 판매를 높히기 위한 것이다.라는 정도? 크게 수긍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믿어보자. 

올 가을쯤에 나이키와 프래그먼트의 합작으로 요상한 하이킹 부츠가 발매되었다. 나오지도 않은 제품의 콜라보레이션 모델이 먼저 발표되는 것은 기이한 일인데, 그러니 제품 자체의 매력보다는 프래그먼트의 라벨을 달고 나온다는데 의미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다들 최근에 나이키 매장 정도는 가보았을테니 알겠지만, 현재 매장에 한창 진열되고 있는 모델이 8~9월경에 발표되었던 프래그먼트 콜라보레이션의 일반 모델들이다. 모든 이가 한정판을 살 순 없지만, 매장에 가면 그와 똑같은 모델들이 풀 사이즈로 판매중이다.
고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이른바 미끼 상품으로 쓰이는 셈이다. 미끼라고 그러니까 쌍시옷 들어가서 어감 안좋고 괜히 부정적일 수 있는데, 후지와라 히로시나 프래그먼트 모두 단독 미끼로 쓰일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양반들이 괜히 통기타랑 닥터드레 헤드폰에 요망하게 번개 마크 붙이는 게 아니다. 비싸지니까 붙인다는 건 돈 없는 하수의 불평이고, 그걸 뛰어넘는 효과가 있으니까 하는 짓이다. 몇몇의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하고선 의미없이 행해지는 마케팅은 없으니까.

나이키에서 다른 예를 찾아 봐도 sb 라인에서 브루인이 리트로될 때, 뜬금없이 슈프림과의 합작 모델이 발매되었다. 업계에서 인지도 가 있는 업체가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 모델을 발매하는데, 그게 최근 5년간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야. 하지만 이제 프래그먼트고 슈프림이면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에게 주입되는 셈이다. 브루인이 대략 90불 아래로 발매되니까 한정판이라고 가격을 올려도 180불을 넘기지 못한다. 이렇게 1000 켤레 발매해봤자 이득은 크지 않은데, 문제는 90불짜리 브루인이 지금 몇년째 판매되고 있다는 것임. 시장을 이끌어 나갈 영향력이 있는 몇몇 집단과 거대 제조업체가 손을 잡으면 이런 형국이 나올 수 있다아-고 거창하게 소설을 써보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게 미국이나 일본에 한정된 이야기다. 한국의 이쪽 시장은 너무 협소한데다 구매력마저 형편없잖아. 서브 컬쳐라고 하기엔 뭔가 특징지을만한 것이 좀 적다? 아, 스트릿웨어에 팬콧이랑 펠틱스 포함되는 거 아니었음? 

우리나라도 카시나에서 뭐 계속 나오니까 갑자기 애국심 발동해서 사고 싶어지는데 이게 가격이 은근히 나간다. 이게 또 오묘한 게 싸면 소비자는 좋은데, 판매자 입장에선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없는 게 함정. 카시나도 최근에 뉴발란스 신모델 콜라보레이션에 낀 거 보면 아트모스나 미타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텐데, 그런 거야 이 양반들 사정이고... 둘리 나온 건 재밌었는데, 이후로는 딱히 괜찮은 게 나올 수 있을려나?

사족을 더 붙이면, 역시 한국은 수출인가 싶기도 한데, 한국 사람들도 한국 옷 잘 안입는데 해외에서 먹힐리가 없음ㅋㅋㅋ 사실 수출하는 게 얇디 얇은 내수시장을 보완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몇몇 곳 빼곤 그렇게 크게 움직이진 못하는 거 같다. 브라운브레스는 이미 일본 진출했고, 어디 보자 또 뭐있나... BA같은 건 초기 컨셉을 유지했다면 꽤 환영받았을 법도 한데 늘 아쉽다. 내 BA 청자켓은 사이즈가 작아서 늘 아쉽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CIDD

Trackback Address :: http://solidground.kr/trackback/574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rocketdive.tistory.com BlogIcon ROCKETDIVE 2011/12/12 14: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래도 가격은 우리 나라가 제일 저렴하더라.
    미국도 유행이 있지만 일단 애들 마인드가 자기가 꼴리는 것이 베스트,
    우리나라는 베스트인 것이 자기가 꼴리게 되는 것이고. 교복화되버리니 재미없어.


    펠틱스하니깐 갑자기 펠틱스한테 협박받은게 생각나는구먼.

    BA x FILA는 신선했는데.. 외국애들은 FILA자체를 심지어 혐오하더라구.

    아...맞다. 뉴욕은 여전히 루~~즈하게 입더라. 흑횽들 엉덩이는 수 만 번은 보긴했지.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3 19:51 Address Modify/Delete

      헤헤 저도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입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사람이 자꾸 보고 있으니까 뭐든 다 이뻐보이드라구요. 요샌 걍 유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2. Favicon of http://thepaulis.tistory.com BlogIcon THEPAULIS 2011/12/14 03: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존나 궁금한게 ㅋㅋ 이런거 쓰는데 얼마나 걸려? 읽는데도 오래 걸리는데 ㅋㅋㅋ
    어쨋던 콜라보는 그냥 리셀용아냐?ㅋㅋㅋ 머 구지 입고 신을 필요가 ㅋㅋㅋ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4 11:59 Address Modify/Delete

      한시간정도 걸린듯?

      그게 리셀용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만한 가치를 가진 물건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거기에 만족을 얻거나 과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요새는 은행금리가 하도 낮으니 리셀용으로 투자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봐~

  3. Favicon of http://at4w.tistory.com/ BlogIcon at4w 2011/12/20 15: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허세한번 부려봅니다. 저 칸예 막 신고 다닌다는 (...)
    은 훼이크고 신발이 업ㅂ어 흐엉흐엉

  4. Favicon of http://snea.kr BlogIcon BA받고픈영 2012/01/04 15: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이즈 작은 BA청자켓 삽니다 라기보단 줄서봅니다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2/01/05 01:21 Address Modify/Delete

      올 여름에 입어볼까 하고 팔을 잘라버렸어.
      민소매도 괜찮으시다면 드, 드리겠습니다!

New BBC & Ice Cream Web Store
 
그간 일본 생산이었던 BBC가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갔다. 원래 드라마틱하게 시즌을 헤아려 가며 콜렉션을 발매하고 있었는데, 로카웨어에서 미국 생산을 맡은 이후로는 연도와 계절만을 표기하고 있다. 프론트맨이 퍼렐이었으니 돌아갔다고 말하는 게 옳지만, 금의환향보다는 쫄딱 망하고 돌아온 듯한 간지다. 

애초에 베이프와 유사한 라인이었던데다가 니고가 관여하고 있어서 거의 동격으로 보고 있었는데, 베이프와는 노선을 달리하게 된 것이 올오버 패턴의 유행이 끝난 이후인듯? 이때 서울에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다. 여하튼 이때의 포지셔닝은 상당했고, how to make it in america에서 나오는 그대로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놨다.

05년에서 07년 사이면 딱 3년 정도 지속된 거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bbc하면 생각하는 것이 이때의 것들인데, 엄밀히 말하면 '비싼 스트릿웨어'쯤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왜 비싼지 납득은 안가지만 사고는 싶어하는 그런 위치였다. 뭐, 지금도 마찬가지네.

그다음부터는 컨셉을 약간 바꾸는데, 시즌마다 고유의 패턴을 만들어내서 그걸 밀고 나간다. 하지만 마하리쉬가 기우뚱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이거 한계가 좀 있어서 오래 못간다. 

하지만 좀 더 옷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일반 보드 브랜드에서 나오던 옷들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옷들이 많았고, 야광이나 발광 프린팅같은 것도 자주 썼고, 옷 속에 숨은 기믹들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좀 일본스럽다고 해야 하나. 

티셔츠 디자인은 말도 안되는 것들 투성이였는데, 그거 말고는 다 좋았다. 후에 모든 핑계를 없애고 아다리가 좀 맞으면, 남들이 비즈빔 우러러보며 사들이듯이 bbc 아우터를 대상으로 그런 지랄을 좀 해보고 싶긴 하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것도 안 먹힌 모양인지 어느 순간부터 가격대가 좀 내려가더니(그러니까 미친 가격에서 좀 덜 미친 가격 정도의 인하 폭) 막 세일 쳐하기 시작하고, 우스운 것은 미국 공홈에서까지 블랙 프라이데이로 오십프로 쿠폰 뿌리면서 재고를 털었다. 결정적으로 일본 플래그쉽 스토어 철수. 베이프가 엘에이에서 빠진 것보다 더 충격이다. 아야상인가 하는 아가씨 이뻤는데 아흑

아직도 일본산 bbc가 좀 남아있는 거 같은데 그걸 bee line으로 몰아넣고 현재는 bbc 이름으로는 티셔츠만 남아있다.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티셔츠가 80불 선이었으니 60불의 미국산 티셔츠는 가격이 좀 더 올라간 거라고 봐야 하려나. 

아 티셔츠 가격하면 할 말 많은데, 영양가 없으니 각설하고.


이쯤되면 할 건 다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스케잇브랜드에서 하이엔드 찍고 싹 비운 담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 

예전에 김민영이 하는 말이, 브랜드가 한 5년 정도 되면 할거 다 하고 아이디어도 바닥나고 할 거 없고 막 심심하고 뭐 그런 이야기를 비스무리하게 두루뭉술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타짜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대사가 나왔던 거 같은데
"복수를 하기보다는 고기값을 번다는 심정으로..."

햔국에서도 디렉터라는 감투를 쓰는 사람이나 바라보는 사람이나 약간 예술적인 뭔가를 갖고 있다는 선입견이 드는데, 
거기서 벗어나서 상품을 생산한다는 느낌으로 가는 게 차라리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더 유익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괜히 문화를 선도해 나가느니,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넣느니, 뭐 이런 CSR같은 소리 씨부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괜찮은 거 삽시다.
그러니까 슈프림...

영원무역 잘되는 거 같은데 
슈프림 받고 노스페이스 콜....




Posted by CIDD

Trackback Address :: http://solidground.kr/trackback/573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베르커드 2011/12/10 10: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뭐야 난 또 영국 방송 센터 얘긴가 했지....

  2. Favicon of http://rocketdive.tistory.com BlogIcon ROCKETDIVE 2011/12/10 23: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뉴욕 매장도 코딱지만하고 별로 볼 건 없더라. 너무 비싸서 기념으로 빈팔도 하나 못삼.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0 23:55 Address Modify/Delete

      앗, 형 오랜만이에요! bbc는 미국에서 사긴 좀 그렇죠 ㅎㅎㅎ 일본가격은 많이 떨어져서 꽤 괜찮았어요.

      뉴욕 여행기는 되게 잘 읽었어요! 저도 그 패딩 살까 하고 알아봤는데 한국 가격은 캐나다 구스 뺨치더라구요;

  3. Favicon of http://rocketdive.tistory.com BlogIcon ROCKETDIVE 2011/12/12 14: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상해에서 베이프는 더 비싸서 이거 뭐.. 진짜 명품가격이더라. 실제로 명품 매장들 사이에 있고.

    슈프림 x 노스페이스 말하는겨?
    나도 3개중 2개는 팔긴했지만 그 가격은 비싸긴해. 크흐. 덕분에 뱅기값을 조금 해결하긴했지.
    난 초록색이 제일 맘에 들어서 하나는 입으려고.

    캐나다 구스는 현지에서 비싸기도 하고 뭔가 디자인이 참 아쉽지.
    그리고 무거워. 디자인은 너무 무난해서 각그랜져같단말이야.

    뭐 부탁할거 있음 말해~
    Newport 괜찮더라. 뭔가 흑횽이 된 허세가 느껴져.
    그나저나 고기나 먹어보자~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3 19:49 Address Modify/Delete

      그랬군요. 갑자기 패딩이 입고 싶어지더라구요. 마침 노스페이스 콜라보가 나와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ㅎㅎㅎ

      저도 초록색 이쁜 거 같아요. 검은색도 괜찮고... 어차피 패딩 살 생각이라 일단 길게 보고 있든가 아님 걍 노스 매장 가봐도 좋을 거 같아요. 흐으

  4. Favicon of http://jenny35124.egloos.com BlogIcon jenny 2011/12/13 00:3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슈프림 노스콜라보 보고 뭐여 이건! 지디가 입어야 겨우 어울리겠어!! 했는데 일본가서 그거 입고 다니는 애들보니 오오미 이쁘다-했다가, 오사카 슈프림매장에서 그거 노랑색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슈프림 도배한 한국인 유학생보고 정떨어짐. 도대체 거기다 빨강 비니는 왜쓴거야??
    애니웨이 슈프림 비싸. 근데 화이트 크루넥은 탐나 (읭?)
    어쨌든 결론은 bbc화이팅? ㅋㅋ

  5. Favicon of http://thepaulis.tistory.com BlogIcon THEPAULIS 2011/12/14 03:2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슈프림 노스페이스 눈앞에서 못산 나 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생각하술록 눈물이난다 ㅋㅋ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4 12:00 Address Modify/Delete

      야 시발 그런 건 연락해서 같이 샀어야지. 혼자 사려고 하니까 못산거야 ㅋㅋㅋㅋㅋㅋ 같은 가격이면 콜라보 입는 게 좋잖아 ㅎㅎ

  6. Favicon of http://없습니다알면서그렇나요 BlogIcon at4w 2011/12/20 15:3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뭐 이런 CSR같은 소리뭐 이런 CSR같은 소리뭐 이런 CSR같은 소리뭐 이런 CSR같은 소리
    걸스라인 런칭했습니다. 이제 망하기만 기다려야. 그저안습.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22 01:04 Address Modify/Delete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퍼렐의 남자 팬들이 bbc를 사들였듯이 여자 팬들이 bgc를 사지 않을까요! 더 잘될 것도 같아요 ㅎㅎㅎ

포스트잇 전쟁

문화생활 2011/11/18 19:48 |

포스트잇 전쟁은 프랑스 파리의 UBI 소프트와 파리 BNP 은행간에 벌어진 전투(?)로, UBI소프트의 직원 한 명이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팩맨 하나를 창문에 붙여버리고 만 것이 도화선이 되어, 맞은 편 건물을 사용하고 있던 BNP 은행에서 일하던 직원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응수를 하였다. 두 빌딩 사이의 국지도발성 소규모 전투에서 파리 전역을 아우르는 거대한 시가전으로 확산되었고, 자욱한 포화 속에서 직원들은 샌드위치로 끼니를 거르면서까지 전투에 임했으며,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한때는 탄약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는데 어디까지 사실인진 잘 모르겠다.

혹자는 이를 거리 예술의 하나로 규정하기도 한다. 스프레이 대신에 포스트잇, 벽 대신에 유리창, 그리고 경찰에 쫒겨야 하는 젊은이들 대신에 사무직 노동자로 치환되었을 뿐 근본은 같지 않은가라고 하던데 어째 좀 그럴싸하다? 포스트잇 전쟁은 유희의 요소가 더 강한 편인데, 그렇다고 그래피티가 여기에 반대되는 개념을 가진 것은 또 아니니 별 상관없네.
포스트잇을 도트(dot)로 바꿔서 생각한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아트를 8비트 시절의 일본 게임 캐릭터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딱히 일본산 캐릭터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스테릭스나 어린 왕자 등 프랑스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소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학기 중에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보고 거기에 맞춰서 뱅크시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다가, 나도 뭔가 싸질러 놓고 아트라고 우기고 싶어서(=농땡이를 피우고 싶어서)

나도 해봤다.


유튜브 동영상처럼 쉽지 않은 게 함정; 남이 하는 일은 다 쉬워보이는지 몰라도 정말 가볍게 생각했다. 단순히 네모난 종이를 유리창에 붙이면 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하다가 빛의 속도로 시ㅋ망ㅋ하고, 그 다음부터는 닥치고 각 잡아놓고 지오모나코 시계를 만들던 장인의 손길로 하나하나 붙여갔다. 몇개 안들어갈 거라고 생각한 것도 함정이었는데, 갖고 있던 포스트잇을 다 써버렸다. 저걸 언제 다 쓰냐.고 말만 해놓고 몇 개 쓰지 않은 게 2년 가까이 되어갔는데, 시원하게 한 큐에 끝냈다. 

정리하자면, 유리창이 모눈종이가 아니다보니까 각 포스트잇까리의 높낮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되도록이면 여백을 두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건 존나 심혈을 기울여서 한다고 해도 결국은 망하는 구조다. 한두 번에 끝날 거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임. 나를 알아주는 대학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포스트잇을 떼는 방법도 따로 있는데, 맨 위에 있는 것부터 떼서 붙이다보면 비접착면의 종이가 뜨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접착면이 보이는 쪽으로 떼면 반듯하게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다.

과제와 자소설 집필에 파묻힌 학기중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 4학년 2학기에 어울리는 건설적인 뻘짓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든 날, 성취감에 구름위를 둥둥 들떠서 룸메이트에게도 자랑을 했지만, 말을 꺼내고 나서야 아...를 외치는 걸로 봐선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싫어할까봐 소심하게 내 쪽 책상 유리창에서 했는데, 여하튼 다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문객이 거의 없던 방에 누가 초인종을 눌러서 문을 열어보니 왠 아저씨가 '사감인데요...'라면서 들어왔다. 행색으로 봐서는 非사감 정도로 보였지만 소설같은 일은 없었고, '내일 순시가 있으니 저것 좀 떼달라.'는 말을 하고는 돌아갔다. 순시가 있는 것과 유리창에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것을 떼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으며, 그보다 내일은 이 건물에서 방역을 한다는 날인데 왜 이런 날 순시를 하는 건지, 모두 양보해서 순시를 한다쳐도 기숙사 안쪽도 아니고 바깥으로 나있는 7층 유리창의 환경미화가 무슨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서 조목조목 따지고 싶었지만, 왠지 귀찮은듯이 말하는 그 사감(이라고 주장하는) 아저씨의 표정에서 전군 재물조사를 앞둔 중사 5호봉의 모습이 오버랩되서 그냥 시키는대로 뗐다. 교직원들 특유의 애들 대하는 태도는 전부터 맘에 안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지랄을 하는 것도 번거롭다.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상태에서 바깥 모습을 찍어보진 못했지만, 저녁때의 기숙사 외벽은 이러하다. 세보면 알겠지만 저기 가까이 있는 건물의 가장 위에 있는 불빛이 7층이다.


 시키는대로 순순히 떼긴 했지만, 욱하는 마음에 사생회실에 찾아가서 정말로 순시가 있었는지와 왜 포스트잇을 떼야 했던 건지 물어보고 싶지만, 요새 만사가 귀찮아서 아는 사람이 뒤통수를 후려갈겨도 그냥 맞고 있을 정도로 무기력해져서 관뒀다. 스페이스 인베이더에 내 인생 건 것도 아니고...


사실 기숙사에서 포스트잇 전쟁까지 생각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 기숙사는 이번 학기에 새로 개장한 것인데, 처음이다보니 별 병신같은 상황이 많았다. 아래의 사진은 믿을 수 없겠지만, 다른 건물의 2층 유리창 사진이다. 학교 주소가 행정구역상 '산XX'에 속하다보니 평지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건물 옆에 계단이 있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자연스레 남의 사생활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고? 왜 이러나, 역차별 처음 당해본 사람처럼. 이런 것들은 여자기숙사 먼저. 사내색기들은 불편하고 부끄러워도 걍 참으셈 ㅇㅇ

해체된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갔다. 포스트잇은 계속 써야 하니 재활용중;


앞에서 얘기했듯이 반달리즘에 대한 내용을 보다가 하게 된 거라 내 방 창문이 아니라 학교나 기숙사 유리창에 크게 했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해보긴 했다. 하지만 정작 내 방에 붙여놓은 것조차도 외력에 의해 떼야 했던, 눈물이 앞으로 가려 손수건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그런, 신파극이 되어버렸다. 허허 개판이네.

재밌는 것은, 짧은 기간에도 유리창에 생기는 성에 때문에 포스트잇이 조금씩 변색되어갔다. 연분홍색 포스트잇은 하얗게 색이 바래거나, 다른 포스트잇에 물들기도 했다. 바탕으로 쓴 포스트잇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유기농 라벨이 달려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검색을 해보다가 알게 된 것인데, post-it war가 있고 post-it art가 있었다. 전자는 위에서 말한 것이고 후자는 광의의 개념으로 포스트잇으로 하는 모든 걸 통칭하는 듯 하나, 깊게 들어간다면 레베루가 좀 다르다; 단순히 평면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개념을 뛰어넘어서 입체 표현까지 가능한 지경에 오른 횽누나들이 있는 모양이다. 역시 아트는 스케일인듯여.

떼던 날에 괜히 사진을 더 찍어봤다. 계속 써내려가다보니 스스로 빡쳐서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호기가 생긴다. 우리답게 act locally한 게 좋겠다.




=====
11월 25일 내용추가
아래의 참고 링크에 있는 포스트-잇 워에 사진을 투고했더니 며칠 전 올라왔다! 
외부인의 투고를 받는 블로그라니 오묘한 재미가 있다. 
http://www.postitwar.com/post/13115968172


* 참고링크
Post'it Creator 
Post-it® War 
Posted by CIDD

Trackback Address :: http://solidground.kr/trackback/572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1/11/30 14: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1/30 21:02 Address Modify/Delete

      산촌에서 써서 그럴거야.
      폰트고 스킨이고 이미 다 내려놓았어.

  2. 노부부 2011/12/04 14:1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역시 개깨알..한동안 잊고지냈습니다,
    포스팅 느므 재미납니다.
    쥰셀렙들의 패션블로그보다 1200배!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06 00:25 Address Modify/Delete

      다품종 소량 포스팅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좋은 말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ㅎㅎㅎ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외출이 드물어서 늘 방 사진, 학교 사진뿐이네요 ㅎ

  3. Favicon of http://thepaulis.tistory.com BlogIcon THEPAULIS 2011/12/05 02:4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 이거 해보고 싶어지는데?ㅋㅋㅋㅋㅋ 포스트잇을 사러 가볼까!?ㅋㅋ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06 00:25 Address Modify/Delete

      도전해봐! 너는 그런 쪽 감각이 뛰어난 것 같으니 잘 할 거 같다.
      슈프림x반스에 있는 파리 그려줘.

    • Favicon of http://thepaulis.tistory.com BlogIcon THEPAULIS 2011/12/14 03:09 Address Modify/Delete

      이번학기 끝나면 한번 해볼라구! 내일 이면 학기 끝이다!! 놀러 다녀야지! 넌 머하고 사시나!!?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4 11:56 Address Modify/Delete

      난 금욜이나 되야 종강 ㅠㅠ
      난 이제 마지막 학기라서 취업준비 제대로 시작 ㅎㅎㅎ

  4. 앵그리버드 만세 2012/01/05 18:3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