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링 나이트브릿지
문화생활/손에 잡히는 것 2012/01/30 02:50 |아버지의 추천도 금강이었고, 멋 부리고 싶은 대부분의 취준생이 헤리티지 리갈을 산다고 해서 이 또한 묵묵히 따르려 했지만 인터넷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최근 금강 구두의 품질이 너무 떨어진다는 글을 읽어버렸고 상품권을 결제하려던 손을 거두었다. 한편으론 호킨스를 추천을 받고서 이거 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세일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도 ABC 마트에 갔었다. 하지만 직원이 이보다 더 불친절할 수 없었고, 점내에 틀어놓은 노래가 참을성마저 앗아갔다. 온 힘을 스트레스 관리에 쏟는 요즘이라 서둘러 빠져나왔다.
합리적이고 만족하는 소비를 위해선 충분히 알아보고 발품을 파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쯤되면 누가 되도 녹초가 되기 마련이라 나도 반쯤은 별 생각이 없이 널브러져 버렸다. 헤링은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인지도 면에서도 아버지와 나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에 B안 정도로 빼두었었다. 눈썰미가 좋은 편은 아니라 금강 구두의 품질이 좋지 아니한지 그리고 영국제 구두는 더 좋은지를 분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는) 브랜드를 선호하는데 헤링은 익히 들어온 브랜드가 아니라 이런 부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헤링 슈즈는 큰 쇼핑몰 정도로 알고 있었으니 구두는 OEM 제품이 아닐까 염려되었다. 로크에서 만든다는 리플도 보았으나 이걸 믿으면 너무 정신승리같았다.
이번 달 면접을 며칠 안 남기고 신당역에 있는 쇼룸에 가보았다. 사전에 지나친 검색을 한 탓에 클래식 복식이라는 말 자체가 신물이 올라올 정도였는데 여하튼 그 곳은 거의 그런 곳이었다. 딱딱 맞게 차려인 사람들만 있었다. 어르신 한 분도 있었는데, 얼마 전에 보니 어디 스트릿스냅에 찍혔드라. 나 홀로 재회한 것에 괜히 신기했다. 여하튼 처음으로 발의 길이와 너비를 재보고 저놈의 스트레이트팁을 신어보았다. 미처 생각 못하고 두터운 양말을 신고 가서 정확한 사이즈를 재는 게 힘들었는데 사장님이 그냥 드리겠다고 신사용 양말을 주셨다. 이런 성격이면 돈 벌기 힘들겠다 생각하긴 했는데, 롱 삭스라고 하면 좀 변태같고, 그의 성격보다 길다란 양말이 더 신기했다. 발볼이 넓은 탓에 운동화 안이 많이 남았고 그 때문에 두터운 양말이 착화감을 높힌다고 믿어서 양말 두께는 신경써봤지만 무릎 아래까지 오는 양말의 길이는 정말 생경했다.
가장 뜻밖이었던 것은 그곳 사장님이 나를 대하는 태도였다.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좋은 품질의 구두보다는 내 발에 딱 맞는 사이즈의 구두였는데 이 사람은 이걸 알려주면서 가장 친절했다. 객단가가 높은 분야라서 가능한 것인지 몰라도, 어디를 가도 불친절과 무지를 용인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속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와서 더 크고 좋은 서비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립서비스 일단 깔고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고 추천해주는 것이 그와 그의 회사를 더 좋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값을 치를 때, 다른 손님이 오는 바람에 곤란해졌는지 다음에 꼭 와서 구두 손질법을 들어달라고 하였다.
저녁에 구두 밑창을 확인하신 아버지께서는 네가 신을만한 구두가 아니라고 가격이 비쌈을 에둘러 말씀하셨었다. 나 역시도 '이왕이면 병'때문에 과소비를 하는 게 아닐까 계속 걱정해왔지만 이 정도면 속지 않고 잘 산 것이라 믿기로 했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서비스 따위가 저번 달과 이번 달의 테마였다시피 했기에 쉽게 얻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과소비를 합리화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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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구두입니다.
AS는 잘되나? 헤리갈은 산지 3년된 구두도 1회 무료 창갈이를 해주어 아주 좋았습니다.
가죽으로 해서 5000원 더 냈지만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