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 듣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11/12/11 협업 상품의 상업적인 효과에 대한 억측 (8)
  2. 2011/12/10 미국으로 돌아간 BBC (12)
  3. 2011/10/27 vga adapter (10)
  4. 2011/10/21 워크웨어 (2)
  5. 2011/10/06 우리의 락 스타는 당신의 락 스타와 달라요. (6)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특히 아름답다 칭찬하며 엄청난 호감을 보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담(높은 가격)에 대해서는 갑작스럽게 인색해지는 것이 사실.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곳에서 짜투리로 몇 개를 더 만드는 것이 그리 부담스러워보이진 않은데, 요상하게 비싼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소비자니까.

이 사이에는 묘한 줄다리기가 있는데, 저렴하면서 아름다운 상품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단 걸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심적, 경제적 외면을 내세워 이미 나온 상품의 아름다움을 깎아내리면서 가격 또한 깎고 싶어한다. 반면에,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비육체적 노동의 결과가 아름다움으로 집약되었고, 이는 이만큼의 가격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결국은 욕망의 대립이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색깔만 바꾼 걸 왜 그렇게 비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이게 전체적인 제품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이다. 앞서 말했듯이 적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것은 그리 문외한이 보더라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소량 판매로 인한 희소성은 상당히 주관적이라 이를 가격으로 환산시키긴 녹록치 않다. 비싸도 사는 사람은 사는 케이스가 판매자 입장에선 가장 긍정적이지만, 이 또한 한계는 뚜렷하고 리스크도 그만큼 뚜렷해서 자주 써먹을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은 아니다. 

결국 여기서 망상의 날개를 펴고 억측이 가능한 것은 콜라보레이션 발매의 목적이 일반 제품의 판매를 높히기 위한 것이다.라는 정도? 크게 수긍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믿어보자. 

올 가을쯤에 나이키와 프래그먼트의 합작으로 요상한 하이킹 부츠가 발매되었다. 나오지도 않은 제품의 콜라보레이션 모델이 먼저 발표되는 것은 기이한 일인데, 그러니 제품 자체의 매력보다는 프래그먼트의 라벨을 달고 나온다는데 의미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다들 최근에 나이키 매장 정도는 가보았을테니 알겠지만, 현재 매장에 한창 진열되고 있는 모델이 8~9월경에 발표되었던 프래그먼트 콜라보레이션의 일반 모델들이다. 모든 이가 한정판을 살 순 없지만, 매장에 가면 그와 똑같은 모델들이 풀 사이즈로 판매중이다.
고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이른바 미끼 상품으로 쓰이는 셈이다. 미끼라고 그러니까 쌍시옷 들어가서 어감 안좋고 괜히 부정적일 수 있는데, 후지와라 히로시나 프래그먼트 모두 단독 미끼로 쓰일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양반들이 괜히 통기타랑 닥터드레 헤드폰에 요망하게 번개 마크 붙이는 게 아니다. 비싸지니까 붙인다는 건 돈 없는 하수의 불평이고, 그걸 뛰어넘는 효과가 있으니까 하는 짓이다. 몇몇의 극단적인 예외를 제외하고선 의미없이 행해지는 마케팅은 없으니까.

나이키에서 다른 예를 찾아 봐도 sb 라인에서 브루인이 리트로될 때, 뜬금없이 슈프림과의 합작 모델이 발매되었다. 업계에서 인지도 가 있는 업체가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 모델을 발매하는데, 그게 최근 5년간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야. 하지만 이제 프래그먼트고 슈프림이면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사람들에게 주입되는 셈이다. 브루인이 대략 90불 아래로 발매되니까 한정판이라고 가격을 올려도 180불을 넘기지 못한다. 이렇게 1000 켤레 발매해봤자 이득은 크지 않은데, 문제는 90불짜리 브루인이 지금 몇년째 판매되고 있다는 것임. 시장을 이끌어 나갈 영향력이 있는 몇몇 집단과 거대 제조업체가 손을 잡으면 이런 형국이 나올 수 있다아-고 거창하게 소설을 써보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게 미국이나 일본에 한정된 이야기다. 한국의 이쪽 시장은 너무 협소한데다 구매력마저 형편없잖아. 서브 컬쳐라고 하기엔 뭔가 특징지을만한 것이 좀 적다? 아, 스트릿웨어에 팬콧이랑 펠틱스 포함되는 거 아니었음? 

우리나라도 카시나에서 뭐 계속 나오니까 갑자기 애국심 발동해서 사고 싶어지는데 이게 가격이 은근히 나간다. 이게 또 오묘한 게 싸면 소비자는 좋은데, 판매자 입장에선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없는 게 함정. 카시나도 최근에 뉴발란스 신모델 콜라보레이션에 낀 거 보면 아트모스나 미타급으로 올라갈 수 있을텐데, 그런 거야 이 양반들 사정이고... 둘리 나온 건 재밌었는데, 이후로는 딱히 괜찮은 게 나올 수 있을려나?

사족을 더 붙이면, 역시 한국은 수출인가 싶기도 한데, 한국 사람들도 한국 옷 잘 안입는데 해외에서 먹힐리가 없음ㅋㅋㅋ 사실 수출하는 게 얇디 얇은 내수시장을 보완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몇몇 곳 빼곤 그렇게 크게 움직이진 못하는 거 같다. 브라운브레스는 이미 일본 진출했고, 어디 보자 또 뭐있나... BA같은 건 초기 컨셉을 유지했다면 꽤 환영받았을 법도 한데 늘 아쉽다. 내 BA 청자켓은 사이즈가 작아서 늘 아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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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rocketdive.tistory.com BlogIcon ROCKETDIVE 2011/12/12 14: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래도 가격은 우리 나라가 제일 저렴하더라.
    미국도 유행이 있지만 일단 애들 마인드가 자기가 꼴리는 것이 베스트,
    우리나라는 베스트인 것이 자기가 꼴리게 되는 것이고. 교복화되버리니 재미없어.


    펠틱스하니깐 갑자기 펠틱스한테 협박받은게 생각나는구먼.

    BA x FILA는 신선했는데.. 외국애들은 FILA자체를 심지어 혐오하더라구.

    아...맞다. 뉴욕은 여전히 루~~즈하게 입더라. 흑횽들 엉덩이는 수 만 번은 보긴했지.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3 19:51 Address Modify/Delete

      헤헤 저도 자기가 좋아하는 거 입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사람이 자꾸 보고 있으니까 뭐든 다 이뻐보이드라구요. 요샌 걍 유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2. Favicon of http://thepaulis.tistory.com BlogIcon THEPAULIS 2011/12/14 03: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존나 궁금한게 ㅋㅋ 이런거 쓰는데 얼마나 걸려? 읽는데도 오래 걸리는데 ㅋㅋㅋ
    어쨋던 콜라보는 그냥 리셀용아냐?ㅋㅋㅋ 머 구지 입고 신을 필요가 ㅋㅋㅋ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4 11:59 Address Modify/Delete

      한시간정도 걸린듯?

      그게 리셀용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만한 가치를 가진 물건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거기에 만족을 얻거나 과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요새는 은행금리가 하도 낮으니 리셀용으로 투자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봐~

  3. Favicon of http://at4w.tistory.com/ BlogIcon at4w 2011/12/20 15: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허세한번 부려봅니다. 저 칸예 막 신고 다닌다는 (...)
    은 훼이크고 신발이 업ㅂ어 흐엉흐엉

  4. Favicon of http://snea.kr BlogIcon BA받고픈영 2012/01/04 15: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이즈 작은 BA청자켓 삽니다 라기보단 줄서봅니다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2/01/05 01:21 Address Modify/Delete

      올 여름에 입어볼까 하고 팔을 잘라버렸어.
      민소매도 괜찮으시다면 드, 드리겠습니다!

New BBC & Ice Cream Web Store
 
그간 일본 생산이었던 BBC가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갔다. 원래 드라마틱하게 시즌을 헤아려 가며 콜렉션을 발매하고 있었는데, 로카웨어에서 미국 생산을 맡은 이후로는 연도와 계절만을 표기하고 있다. 프론트맨이 퍼렐이었으니 돌아갔다고 말하는 게 옳지만, 금의환향보다는 쫄딱 망하고 돌아온 듯한 간지다. 

애초에 베이프와 유사한 라인이었던데다가 니고가 관여하고 있어서 거의 동격으로 보고 있었는데, 베이프와는 노선을 달리하게 된 것이 올오버 패턴의 유행이 끝난 이후인듯? 이때 서울에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다. 여하튼 이때의 포지셔닝은 상당했고, how to make it in america에서 나오는 그대로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놨다.

05년에서 07년 사이면 딱 3년 정도 지속된 거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bbc하면 생각하는 것이 이때의 것들인데, 엄밀히 말하면 '비싼 스트릿웨어'쯤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왜 비싼지 납득은 안가지만 사고는 싶어하는 그런 위치였다. 뭐, 지금도 마찬가지네.

그다음부터는 컨셉을 약간 바꾸는데, 시즌마다 고유의 패턴을 만들어내서 그걸 밀고 나간다. 하지만 마하리쉬가 기우뚱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이거 한계가 좀 있어서 오래 못간다. 

하지만 좀 더 옷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일반 보드 브랜드에서 나오던 옷들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옷들이 많았고, 야광이나 발광 프린팅같은 것도 자주 썼고, 옷 속에 숨은 기믹들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좀 일본스럽다고 해야 하나. 

티셔츠 디자인은 말도 안되는 것들 투성이였는데, 그거 말고는 다 좋았다. 후에 모든 핑계를 없애고 아다리가 좀 맞으면, 남들이 비즈빔 우러러보며 사들이듯이 bbc 아우터를 대상으로 그런 지랄을 좀 해보고 싶긴 하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것도 안 먹힌 모양인지 어느 순간부터 가격대가 좀 내려가더니(그러니까 미친 가격에서 좀 덜 미친 가격 정도의 인하 폭) 막 세일 쳐하기 시작하고, 우스운 것은 미국 공홈에서까지 블랙 프라이데이로 오십프로 쿠폰 뿌리면서 재고를 털었다. 결정적으로 일본 플래그쉽 스토어 철수. 베이프가 엘에이에서 빠진 것보다 더 충격이다. 아야상인가 하는 아가씨 이뻤는데 아흑

아직도 일본산 bbc가 좀 남아있는 거 같은데 그걸 bee line으로 몰아넣고 현재는 bbc 이름으로는 티셔츠만 남아있다. 일본에서 수입해오던 티셔츠가 80불 선이었으니 60불의 미국산 티셔츠는 가격이 좀 더 올라간 거라고 봐야 하려나. 

아 티셔츠 가격하면 할 말 많은데, 영양가 없으니 각설하고.


이쯤되면 할 건 다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스케잇브랜드에서 하이엔드 찍고 싹 비운 담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 

예전에 김민영이 하는 말이, 브랜드가 한 5년 정도 되면 할거 다 하고 아이디어도 바닥나고 할 거 없고 막 심심하고 뭐 그런 이야기를 비스무리하게 두루뭉술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타짜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대사가 나왔던 거 같은데
"복수를 하기보다는 고기값을 번다는 심정으로..."

햔국에서도 디렉터라는 감투를 쓰는 사람이나 바라보는 사람이나 약간 예술적인 뭔가를 갖고 있다는 선입견이 드는데, 
거기서 벗어나서 상품을 생산한다는 느낌으로 가는 게 차라리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더 유익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괜히 문화를 선도해 나가느니, 예술적인 영감을 불어넣느니, 뭐 이런 CSR같은 소리 씨부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괜찮은 거 삽시다.
그러니까 슈프림...

영원무역 잘되는 거 같은데 
슈프림 받고 노스페이스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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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르커드 2011/12/10 10: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뭐야 난 또 영국 방송 센터 얘긴가 했지....

  2. Favicon of http://rocketdive.tistory.com BlogIcon ROCKETDIVE 2011/12/10 23:3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뉴욕 매장도 코딱지만하고 별로 볼 건 없더라. 너무 비싸서 기념으로 빈팔도 하나 못삼.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0 23:55 Address Modify/Delete

      앗, 형 오랜만이에요! bbc는 미국에서 사긴 좀 그렇죠 ㅎㅎㅎ 일본가격은 많이 떨어져서 꽤 괜찮았어요.

      뉴욕 여행기는 되게 잘 읽었어요! 저도 그 패딩 살까 하고 알아봤는데 한국 가격은 캐나다 구스 뺨치더라구요;

  3. Favicon of http://rocketdive.tistory.com BlogIcon ROCKETDIVE 2011/12/12 14:1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상해에서 베이프는 더 비싸서 이거 뭐.. 진짜 명품가격이더라. 실제로 명품 매장들 사이에 있고.

    슈프림 x 노스페이스 말하는겨?
    나도 3개중 2개는 팔긴했지만 그 가격은 비싸긴해. 크흐. 덕분에 뱅기값을 조금 해결하긴했지.
    난 초록색이 제일 맘에 들어서 하나는 입으려고.

    캐나다 구스는 현지에서 비싸기도 하고 뭔가 디자인이 참 아쉽지.
    그리고 무거워. 디자인은 너무 무난해서 각그랜져같단말이야.

    뭐 부탁할거 있음 말해~
    Newport 괜찮더라. 뭔가 흑횽이 된 허세가 느껴져.
    그나저나 고기나 먹어보자~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3 19:49 Address Modify/Delete

      그랬군요. 갑자기 패딩이 입고 싶어지더라구요. 마침 노스페이스 콜라보가 나와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ㅎㅎㅎ

      저도 초록색 이쁜 거 같아요. 검은색도 괜찮고... 어차피 패딩 살 생각이라 일단 길게 보고 있든가 아님 걍 노스 매장 가봐도 좋을 거 같아요. 흐으

  4. Favicon of http://jenny35124.egloos.com BlogIcon jenny 2011/12/13 00:3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슈프림 노스콜라보 보고 뭐여 이건! 지디가 입어야 겨우 어울리겠어!! 했는데 일본가서 그거 입고 다니는 애들보니 오오미 이쁘다-했다가, 오사카 슈프림매장에서 그거 노랑색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슈프림 도배한 한국인 유학생보고 정떨어짐. 도대체 거기다 빨강 비니는 왜쓴거야??
    애니웨이 슈프림 비싸. 근데 화이트 크루넥은 탐나 (읭?)
    어쨌든 결론은 bbc화이팅? ㅋㅋ

  5. Favicon of http://thepaulis.tistory.com BlogIcon THEPAULIS 2011/12/14 03:2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슈프림 노스페이스 눈앞에서 못산 나 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생각하술록 눈물이난다 ㅋㅋ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14 12:00 Address Modify/Delete

      야 시발 그런 건 연락해서 같이 샀어야지. 혼자 사려고 하니까 못산거야 ㅋㅋㅋㅋㅋㅋ 같은 가격이면 콜라보 입는 게 좋잖아 ㅎㅎ

  6. Favicon of http://없습니다알면서그렇나요 BlogIcon at4w 2011/12/20 15:3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뭐 이런 CSR같은 소리뭐 이런 CSR같은 소리뭐 이런 CSR같은 소리뭐 이런 CSR같은 소리
    걸스라인 런칭했습니다. 이제 망하기만 기다려야. 그저안습.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2/22 01:04 Address Modify/Delete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퍼렐의 남자 팬들이 bbc를 사들였듯이 여자 팬들이 bgc를 사지 않을까요! 더 잘될 것도 같아요 ㅎㅎㅎ

키노트를 쓰는 건 좀 불편하다. 특히나 매킨토시 계열은 음악이나 디자인을 해야지 쓰고 안그럼 스타벅스에서나 쓰는 걸로 선입견이 박혀버린 우리나라에서는 반반한 아스팔트 길을 놔두고 구태여 자갈밭을 걷는 형국이다. 성능 좋은 프로그램과 깔끔한 외견을 내보이기 위해서 파워포인트 대신 키노트를 쓰는 건 살을 내주고 뼈를 얻는 건지 뼈를 내주고 살을 얻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왕 노트북을 샀으니 자갈밭을 걷는 느낌 또한 얻고 싶었다는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유난스러움에 비해서 성능비는 떨어진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동양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고 하던데, 나도 예외는 아니라 매번 발표를 위해서 허옇고 큰 노트북을 갖고 가는 것이 조금은 부담되었다.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보여주기'라기보다는 쓸데없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일단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유난스럽다.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키노트 파일을 pdf나 파워포인트로 변환해야 하는데, pdf로 변환시 애니메이션 따위의 동적인 요소를 포기해야 하고 ppt로 변환하면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사실 키노트를 쓰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파워포인트와 비교해 부드럽게 돌아가는 진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pdf 변환도 해결책에서 빗겨나가있다. 그 다음 방법은 파워포인트를 배우는 것인데 일단 귀찮은데다가 '이제 와서?'란 느낌이 있다. 물론 어딘가에 소속이 되면 당연히 파워포인트를 쓰게 되겠지만, 내가 그 어딘가에 진짜로 들어갈지도 의문이거니와, 파워포인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쫘악 깔려있는 덕분에 그다지 달갑지 않은 방법이라 무시했다. 

그러던 와중에 ios용 iwork가 발매되었고, 유니버셜 앱이 된 덕분에 아이폰에서까지 쓸 수 있었다. 그동안 걱정하던 것들이 이론적으로는 해소가 된 것이다. 핸드폰에서 키노트가 돌아간다면(그저 viewer의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노트북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가 가능하다. 약간의 지출을 감행한다면 부담스럽지 않은 환경에서 발표를 할 수 있는데 그때가 4학년 1학기... 그 다음 학기의 모든 수업에서 발표를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가장 많이 발표를 하는 경우는 8~10번을 넘지 않는다. 그중 조발표가 꼭 한두 번은 있으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효율성이 낮다. 게다가 아무리 검색을 해보아도 아이패드가 아닌 아이폰으로 발표를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게 함정;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어댑터부터 사기도 애매한 상황...이지만 승리한 병신이 되기 위해서 지푸라기와도 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샀다.


더불어 ios용 키노트도 다운받았다. 내적 고민이 끝나니 외적 문제가 시작되었다. 엄밀히 말해서 os x용 키노트와 ios용 키노트는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가 없다. 공감할 사람이 적고 극단적인 비유가 되겠지만 윈도우용 ms office와 os x용 ms office와도 얼추 비슷한 상황이다. 두 프로그램간에 파일 호환이 안되기 때문에 욕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후자는 한글 입력도 잘 안된다. 키노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분명히 os x용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있는 테마를 써도 호환이 안된다. 애플고딕이 구리긴 하지만 아이폰의 폰트 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다지도 한글폰트가 부족할지는 몰랐다. 서울남산체나 나눔고딕 등의 무료 폰트를 되게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같아선 해킹해서 폰트라도 부여넣고 싶었는데, 그럼 키노트를 구매한 의미가 사라지니까 Aㅏ...

ios 5 베타 테스트 도중에 산돌 oem으로 새로운 한글 폰트가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거라도 적용됐다면 나름의 독창성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현실은 헬베티카 상태에서 한글 입력하고 볼드 먹이는 수준이다. 그것도 ios용으로 내려가면 볼드도 풀린다; 자간조정과 같은 꼼꼼한 설정은 마 불가능하다 그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ios용 키노트는 뷰어 성격보다는 ios 내에서 문서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os x용 키노트 파일을 ios용으로 불러들이면 변환을 한다. 변환이 100%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텍스트 상자의 크기가 달라진다던가 문단 설정이 초기화되기 때문에 후반작업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여기서 프로그램의 성격과 사용 목적에서 간극이 생기는 셈이다.

인문계열이라 3D 그래프따위를 아직 써보질 못했는데, 안된다는 소리도 어디서 들은 것 같고... 학부 발표에서 그래프까지 그리면서 발표할 일은 없을 거 같아서 확인은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리모콘을 쓰는 방법이 좀 애매한데, 기본적으로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패드로 하는 발표에서는 추가로 앱을 구매하면 아이폰을 리모콘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으로만 발표를 하는 경우에는 유니버셜 독과 애플 리모콘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가성비가 구릴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와꾸가 안나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교단의 폭이 좁은 편이라 리모콘이 주는 자유가 그리 넓지 않다. 슬라이드를 넘길 때마다 클릭(혹은 터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나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 있지만, 보는 사람들(학생)이 다들 익숙한지라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발표시 3G를 꺼놓거나 에어플레인 모드로 해놓는 것이 좋으나 발표시간이 그리 길진 않을테니 외부 연락이 잦은 사람이 아니라면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푸쉬가 오더라도 ios 5의 노티바 형식이라면 그리 큰 지장이 생기진 않는다. 

화면크기가 작으니까 노트북에 비해서 가독성은 많이 떨어지는데, 현재/다음 슬라이드와 발표시간 정도는 유용하게 볼 수 있다. 발표자 메모는 뭐 출력을 해가도 잘 안보는 편이기도 하고 핸드폰에 코 박고 쳐다보지 않는 이상 잘 안보인다. 아이패드라면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첫 발표를 해보았는데, 위험 요소들은 사전에 미리 걱정해둔-_- 덕분에 무리없이 끝낼 수 있었다. 노트북을 들고 교탁까지 가는 것보다 핸드폰을 가져가는 것이 좀 덜 유난스러운 게 개인적으론 가장 큰 장점이었다. 부끄럽구요...

케이블이 생각보다 좀 비싼 편이라 다른 활용방도가 있었으면 하는데, 아이패드를 쓰지 않고서는 쓰는데 제약이 많다. 그렇다고 아이패드를 사는 건 좀 무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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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잉여 2011/10/27 11:2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잉여 AKA AT4W

    스킨이 바뀌셨네요? 리플달아놓고 나중에 본문 다시봐야겠;;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7 11:26 Address Modify/Delete

      아니 제 블로그에서 선리플후감상을 보게 될줄이야...ㅋㅋㅋ

  2. BlogIcon Euntae5 2011/10/27 11:2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우 어댑터. 나도 구매할까 하다가 말았는데. ㅋㅋㅋㅋ
    나는 iPad 소유자. :)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7 11:50 Address Modify/Delete

      미러링할 일이 있다면 꽤 유용할지도 몰라.

      근데 가격이 좀 깡패...

  3. 8bit 2011/10/27 13:43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렇다면 답은 하나 appleTV사서 에어미러링 고고씽 애플TV 크기도 마이 작더라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9 05:40 Address Modify/Delete

      애플티비는 용도를 전혀 모르겠어요;
      발표를 위해서(?) 아이패드를 사던가 파워포인트로 넘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4. 훵ㅋㅋ리닉 2011/10/27 19:51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으아.. 다 읽었는데 뭔 말인진 잘 몰라도 하여간 읽어내려가면서 제가 괜히 스트레스받았습니다;;;;
    이런 걸 알고나니 파워포인트도 쓸만하군요!!!

    하지만 스벅애플 허세간지는 부럽다...

  5. 훵ㅋㅋ리닉 2011/10/27 19:54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댑터 하나 산 걸로 이렇게 본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 참 재능입니다!
    분명 글투는 과묵한데 과묵하지가 않네ㅎㅎ 이건 뭐죠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9 05:44 Address Modify/Delete

      아 이름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깨알같은 칭찬들 늘 고맙습니다~
      저는 뭐 길을 잘못 든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반대급부도 충분히 챙기려고 했으니 아쉬운 건 없습니다. 흐으-

      근데 요새는 훵클사마의 스벅아이패드가 더 멋지지 않나요!

  6. Favicon of http://www.buysitetraffic.com/affiliates BlogIcon affiliate program 2012/01/20 18: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감사합니다


김규항의 말은 읽기에 늘 쓰다. 하지만 나랑은 별 상관이 없지. 조금 더 곰곰히 생각하면 연관이 있을 법도 한데, 머리 아프니까 칼하트 룩북이나 보고 말아야지. lvc도 괜찮다. 
Posted by CI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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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6 15:2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최근에서야 핑계로 돌리고 있는 것인데,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 거의 모든 원인은 사용자에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게 뭔 개소리냐면, A라는 제품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측면에 반드시 호와 불호, 두가지 관점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부정적인 관점이 생기는 원인이 긍정적인 소수에게서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는 대략 강의실 내에서 발표할 적에나 하는 소리고, 축약하면 이렇다.

'빠'가 까'를 만든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 쪽에서는 자신들의 행위를 '팬덤'이란 단어로 부르는 것 같은데, 쓰임이 정확한 것인진 잘 모르겠지만, 그 분야에 대해선 어느새 나도 쓰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흔히 쓰는 '덕질'은 인터넷 덕분에 꽤 광범위한 형태로 퍼져갔는데, 어떤 매체를 즐기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대에서 컴퓨터/인터넷이라는 같은 채널를 통해서 관심사를 향유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IT쪽은 어떨까.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것은 일대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나 역시도 맥북과 아이폰을 쓰고 있고 애플 제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쓰는 게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그런, 세련되보이는 취향보다는 반골 성향이 너 본질에 가까운지 과한 추모 열기는 보기가(그러니까, 읽기가) 좀 그렇다. 앱등이 소리는 듣기 싫지만, 굳이 앱등이의 성향을 규정한다면, 다른 사람의 모습을 투영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아냐. 나는 하지 않았어. 

한 친구와 j dilla에 대한 이야길 하면서 과잉된 형제애('형... 정말 못잊을 거에요..'같은)와 추모 열의를 보면서 '집에서 위패 세워놓고 j dilla 제사지낼 것 같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반면에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친구는 이에 대해서 큰 긍정을 보이진 않았는데, 취향 차이였으리라 생각한다. 존중입니다. 부디 취향해주세요.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감정적인 위치는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이런 것을 무시하거나 배경지식에 무지하면 국정감사하다가 '꼰대' 소리 듣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타인의 그 감정적인 위치를 보는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어디까지는 관대한 것이며 어디까지는 정상적인 것일까. 또 내 위치는 대체 어디쯤일까.






위는 geek humor를 담은 인텔의 광고. 타인의 락스타에 대해서 얼마나 관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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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t4w.tistory.com/ BlogIcon at4w 2011/10/09 23:0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관대합니다. (뭔가 300의 그분 느낌이)
    일본같은경우 그래서 B급아이돌도 근근히 먹고 살죠.
    AKB도 알고보면 직접 만날수 있는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개념의 아이돌그룹이었으니.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10 21:26 Address Modify/Delete

      타 문화(?)를 존중하긴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저는 akb에 대해선 그냥 관심이 없는 쪽에 가까워서...

  2. Favicon of http://at4w.tistory.com/ BlogIcon at4w 2011/10/12 00: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뭐 사실 관심은 없어요;;; 노래가 하도많이 들리고 거리에 도배가 되어있었으니 그냥 아 그런가보다 정도?
    그런데 알고보니 개개인이 소속사가 다르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고 조금 공부(?)해봤죠. ㅋ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13 11:28 Address Modify/Delete

      재밌는 케이스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 깨알같은 오타쿠들 ㅎㅎㅎ

  3. 훵키클리닉 2011/10/13 00: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요걸 읽고 나니, 요 블로그 제목?? "더 재밌는 걸 들려줄게"가 새삼 와닿네요.
    삶도 글도 부디 더 재밌으시길.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13 11:32 Address Modify/Delete

      감사합니다! 저 문장은 정말 예전에 써놓은 건데 블로그 스킨을 아무거나로 바꿔두니 갑자기 튀어나오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