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에 대해서 논하기엔 내가 너무 착하지 않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10/29 사회적 기업/소비의 1차적인 한계 (6)
얼마 전에 블로그 어딘가에서 프라이탁에 대한 홍보자료를 읽다가 가방의 주 재료인 타포린을 구하는 전담직원이 따로 있다는 얘기를 읽을 수 있었다. 아는 사람은 잘 알고 있겠지만 프라이탁은 흔히 말하는 트럭 호루에 해당하는 타포린과 뭐 기타 폐 재료들을 사용하여 제품을 만들어 파는, 이른바 사회적 기업이다. 거의 모든 원자재가 재활용된 것이라고 한단다. 실상은 모ㅋ름ㅋ 사회적 기업은 본디 윤리적으로 옳은 방향에서 이윤까지 추구한다는 뜻인데, 이는 사실 좀 더 어의를 따지고 들어가면 모던 락이니 뉴 메탈이니 하는 포스트모더니즈믹한 지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폐와 함께 시작한다.

홍보자료에 따르면 그 타포린들은 빗물을 통해서 세척된다. 게다가 거의 모든 생산을 자국에서 하기 때문에 자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코스트는 감수한다. 착한 일 아닌가. 물론 판매자가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가격에 포함된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그런데 타포린을 국외에서 구해야 할만큼 양이 많다. 우리나라의 올 여름만큼 비가 쏟아지지 않는 한, 빗물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나란 물값이 싸서 강 건너 불구경에 가깝네. 착한 일하는 사람들 너무 놀렸나 싶은데, 방치되거나 버려야 하는 폐기물로 가방을 만드는 것이 기업 윤리의 중심인데, 이를 지키기 위해서 세계를 돌아다닌다. 웃지 않을 수 없다. 

93년에 시작된 일이니 10년 가까이 되었고 전 세계적인 판매처를 갖고 있으니 개인의 사업으로선 충분히 성공한 셈이다. 브랜드가 커지는 것을 뜻하지 않아도 사장 이하 임직원들이 먹고 사는데 큰 문제는 없을듯? 일단 뭐 동네 도메스틱 브랜드급이 아니니까.

허지만, 우스운 상황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너무 유명해진 결과 좋은 의도를 계속 실행하기엔 어려워졌다. 늘 그렇듯이 억측을 저질러 보자면, 타포린 수급이 안될 경우 제품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제조국인 스위스 밖에서 원자재를 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제품가격이 올라가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니까. 그에 관한 코스트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사회적이지도 않고 기업답지도 않다. 

무척 좋은 의도고 나 역시도 프라이탁 가방을 갖고 싶어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만, 사회적 기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건 사회적 기업이란 단어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아이러니기도 한데,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한계에 부딪히는 게 아닐까 싶다. 윤리적인 기준을 낮춰야 하는 하릴없는 마지노선 같은 것.
공모전 나부랭이한다고 관련 논문 몇개 찾아보고 요란을 피운 적이 있었는데, 선한 의지로 시작한 사회적 기업들이 대부분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좋은 아이디어까진 있으나 그 이후의 것을 보여주긴 쉽지 않다. 특히나 어디에서 펀딩을 받지 않으면 힘든 것이 대부분. 그나마 탐스같은 곳은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보긴 좀 그렇고 그냥 마케팅 요소 중 하나로 쓰이는 정도? 물론 아주 유용하다.

탐스 코리아에서 신발 기부에 대한 기부 자료를 보긴 했는데, 아프리카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리 와닿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판매량이 거기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당연히 없으니까 뭔가 좀 그렇다. 우리나라에 신발 없이 사는 애들이 없겠지만(에이 설마), 한국에서 돈 써서 외국 애들을 도와준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나는 world citizen은 아닌듯. cetizen에는 가입이 되어 있던 것 같은데ㅋ

한국지사가 본사직영도 아니고 여기서 더 도덕적 잣대를 대면 그야말로 좆될 거 같아서 그만하는 게 좋겠다. 유명해서 들먹이긴 했지만 탐스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보긴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왜, 구태여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이유는 탐스를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착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서? 소위 윤리적 소비, 사회적 소비의 범주에 해당할텐데, 이것도 쪼오끔 애매하다.
몇 년 전 에코마케팅&그린패션의 허상을 읽었을 때의 기분과 비슷한다. living green과 buying green 대신에 living social(트위터 말고)과 living social을 넣는다면 얼추 맞을듯? 선의를 이용한 기업 마케팅을 욕하고 싶지도 않지만, 이를 통해서 자신이 착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면 좀 문제가 있다? 애초에 자신의 선한 의지를 내보이고, 굶주린 타인을 돕고 싶다면 굳이 소비가 아닌 다른 방법이 많이 있다. 불쌍한 사람도 돕고 그 김에 나도 좋은 소비를 한다.는 전체는 시장에서 옷을 못 사입는 정치인이 선거철만 되면 시장에 가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소비를 포장하기 위해서 윤리라는 베일을 둘러쓰고 아웅하는 꼴.
계속해서 말하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서 정말로 자신을 깨우치고 불우이웃 돕기 등 좋은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윤리적 소비의 장점이 될텐데 관련 통계가 있다면 좋겠다. 


남의 눈에 보이게 옳게 사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 꽤 중요하다.

공모전할 때 친구가 다니는 교회를 베이스캠프 삼아 공부를 했는데, 그때 제일 처음 당면한 문제는 '왜 이렇게 착한 일을 하지?'였다. 물론 내가-_- 던진 질문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나만 개신교 신자가 아니었다. 선의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해하던 멤버들이 공정성을 가하기 위해서 옆방에 있던 20대 초반 아가씨를 데려와서 물어보았다. 길가에 누가 구걸을 하고 있으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냐고. 별 스스럼없이 예.라고 답하더라. 

아놔 젠장 난 완전히 썩은듯. 
Posted by CI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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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부부 2011/10/29 11:0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캬하하 잘 읽었습니다!!!
    리플 길게 썼는데 다 지워주는
    니그로베리... 헤헤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0/29 11:23 Address Modify/Delete

      나가수도 아니고, 재도전 기회 맘껏 드립니다.
      우린 할 말 많으니까요...

  2. 훵ㅋㅋ 2011/11/06 03:2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마지막 문단 되게 좋은 마음으로 공감 동감합니다.
    그냥, 알려주고 싶네요ㅎㅎ 저도 저런 생각 저런 고민 많이한다고.

    저는 (예를 들어 CIDD님과 저)의 (어떠어떠한) 성향, 생각은 많이 달라도 저런 가치관이 통하는 것 같아서,
    되게 대립되는 의견 혹은 껄끄러운 생각들도 제법 훌륭하게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망상인가;

    • Favicon of http://solidground.kr BlogIcon CIDD 2011/11/06 13:58 Address Modify/Delete

      아, 이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시다시피 대화보다는 싸움이 앞서게 되기 마련이라 늘 조심스럽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왠만하면, 다른 사람의 어떠어떠한 성향을 최대한 어른스럽게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근데 어른들도 잘 못하는 거 보니, 반대되는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jenny 2011/11/09 15: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남의 눈에 보이게 옳게 사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선한 마음을 갖고 있는 건 꽤 중요하다.

    난 안될거 같음.